“부시-이명박 면담 계획 없다” 백악관 공식발표

  • 입력 2007년 10월 3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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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순경으로 추진됐던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면담이 2일 무산됐다. 한나라당이 지난달 28일 “멜리사 버넷 백악관 의전실장이 ‘공식 문서’를 통해 면담 계획을 알려 왔다”고 밝힌 지 4일 만이다. 미국 백악관은 1일(현지 시간) 이 후보와 부시 대통령의 면담 계획에 대해 “그런 면담은 계획돼 있지 않다(No such meeting is planned)”고 부인했다. 고든 존드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날 공식 발표를 통해 “백악관이 이 후보의 면담 요청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은 어떤 식으로든 한국의 대선 정국에 말려드는 데 관심이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후보의 핵심 측근도 “주한 미대사관의 관계자가 오늘(2일) 나를 찾아와 ‘이 후보가 방미 기간 중 공식적으로 부시 대통령을 만나는 일정은 잡혀 있지 않다’고 전했다”며 “비공식 만남도 가능하겠지만 일단 면담이 무산된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이에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은 “면담은 계속 추진될 것이며 (면담 취소 등) 상황에 변화가 생겨도 경제 외교 차원에서 미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방미 일정을 다시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상 첫 야당 대선후보와 현직 미 대통령의 만남’으로 ‘이명박 대세론의 확증’으로까지 표현됐던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은 왜 발표 나흘 만에 ‘해프닝’으로 마무리됐을까?

○ 후보 참모들의 아마추어리즘

우선 백악관이 면담 계획을 공식 발표하기 전 이를 공개한 일부 후보 참모의 설익은 대응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양국 정부의 협조를 구하기 어려웠던 이 후보 측은 이번 면담 추진을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강영우(차관보급) 위원에게 사실상 전적으로 의존했다. 강 차관보가 한국계로는 미 정부 내 최고위 인사인 데다 이 후보와의 개인적 인연도 작용했다.

이러다 보니 강 위원이 지난달 28일 워싱턴 주재 한국 특파원들에게 면담 관련 정보를 알리자 백악관의 공식 채널에 확인을 충분히 거치지 않고 백악관보다 먼저 면담 추진을 발표하게 된 것. 이 후보 측 관계자는 “거기서 일이 꼬였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강 위원은 2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나로서는 면담이 계속 추진된다는 것 외에 달리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또 한나라당이 면담 성사 근거로 제시했던 백악관 공식 문서를 멋대로 해석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당에서도 극소수만 봤다는 이 문서에는 ‘면담 추진’ 수준으로 해석될 수 있는 문구가 여러 개 있는데 일부 참모가 이를 ‘면담 확정’으로 적극 해석해 공개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경기 안양시 노인복지센터에서의 ‘타운 미팅’ 후 기자들과 만나 “(부시 대통령 면담은) 좀 더 두고 보자. 알아봐야겠다”며 말을 아꼈다.

○ 한국 정부의 ‘재 뿌리기’ 의혹?

한나라당의 면담 성사 발표 후 한국 정부가 미 정부 측에 유감 표명 등 다양한 형식으로 면담에 부정적인 견해를 전했다는 주장이 잇달아 나왔다. 이 후보 측은 이것이 면담 취소와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강 위원은 지난달 30일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면담 결정에 대해 주한 미대사관과 미 행정부에 항의했고, 워싱턴의 주미 한국대사관에도 야단을 쳤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면담 발표 뒤 외교통상부가 그야말로 난리를 쳤다고 하더라. 특히 주미 한국대사관에 비상이 걸렸다”고 주장했다.

미 정부는 이를 적극적으로 부인하지는 않고 있다. 서울의 한 외교 소식통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대사가 오늘(2일) 오전 한 조찬 모임에서 ‘한국 정부가 외교라인을 통해 강력하게 (미 정부에) 항의해 면담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 같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외교부 관계자는 “워싱턴 주미 한국대사관이 한나라당의 발표가 나온 뒤 국무부 및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 경위를 타진해 본 것”이라고 말했다.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미 정부 측에) 이 후보의 백악관 면담이 잘못됐다고 의견을 표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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