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위기탈출 카드 ‘몽니성 칩거’

  • 입력 2007년 9월 2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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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이틀간의 칩거 끝에 21일 경선 복귀를 선언했듯 한국정치에서 ‘몽니(심술궂게 욕심 부리는 성질)성 칩거’는 정치인들이 위기를 벗어나고 국민의 시선을 끌기 위한 국면 전환용 카드로 종종 활용돼 왔다.

정치학자들은 ‘칩거’를 자신의 의견이나 뜻이 잘 전달되지 않을 때 표현을 극대화함으로써 극적인 반전 효과를 노리는 일종의 정치 기법이라고 설명한다.

대표적인 칩거 사례는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민주자유당 대표였던 1990년 10월 ‘내각제 합의각서 공개’ 파동 때 당무를 거부하고 경남 마산으로 내려가 버린 일이다. 당내 주류였던 민정계가 YS를 대표에서 끌어내리고 궁지로 몰기 위해 그해 5월 노태우 대통령, 김종필 최고위원, YS가 만든 ‘내각제 개헌 합의 각서’를 공개한 데 대해 강력 반발한 것이다.

YS는 “내각제 합의각서 공개는 나를 음해하려는 행위”라며 ‘내각제 포기’ 등을 내걸고 노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을 요구했으나 답변이 없자 마산 칩거를 결행했다. 결국 여권의 분열과 정국 파행을 우려한 노 대통령은 내각제 포기를 약속하며 YS의 손을 들어 주고 만다.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한동안 선두를 달린 이인제 후보도 자택 칩거를 한 적이 있다.

이 후보는 당시 ‘이인제 대세론’을 바탕으로 무난히 대선후보가 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광주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에게 일격을 당한 뒤 ‘청와대 개입설’을 제기하며 칩거에 들어갔다.

이 후보는 “한화갑, 김중권 후보 사퇴가 박지원 대통령비서실장 등 김대중 대통령의 핵심 세력의 구상에 따른 것이며 이들 세력이 광주 경선에서 민주당 청년 조직인 ‘연청’을 움직여 노 후보를 막후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반전(反轉)에 실패했고 그해 4월 17일 결국 경선을 포기했다.

손 전 지사는 3월 한나라당 경선 룰 논의가 막판에 이르렀을 때 경기도 강원도의 산과 절을 돌아다니며 5일간 잠행한 뒤 전격 탈당한 바 있다. 이때 손 전 지사는 ‘새로운 정치’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의 ‘빅2’ 구도에서 패배하고 주저앉느니 탈당해 대선 도전 기회를 노려보겠다는 속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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