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 대선주자 릴레이 인터뷰]유시민

  • 입력 2007년 9월 12일 03시 01분


코멘트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둥글게’라는 콘셉트를 들고 나온 유시민(사진)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10일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시종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독설가’라는 과거의 이미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공직자로서 국회의원, 장관을 하면서 문제가 있었다”고 운을 뗀 그는 “생각이 부족하다보니 충분히 다른 사람 얘기를 들어주지 못하고 배려하지 못했다”고 자신을 낮췄다.

―대통합민주신당의 후보가 돼야 하는 이유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한나라당에서 꼴찌 하던 사람’이라 선거운동을 하기 힘들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5년간 사실상 국민의 평가가 끝난 분이다. 이해찬 한명숙 두 전직 총리님은 출마 명분이 뚜렷하고 가능성도 있다. 정책수행능력은 이 전 총리님이 저 보다 나을 거고, 국민 보시기에 편안함은 한 후보님이 더 낫다. 하지만 더 강력한 이변을 연출할 인물은 나다. 나는 젊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다. 현재 한나라당이 영남을 통째로 깔고 있는 정치구도도 바꿀 수 있으며, 이것이 대선에서 플러스 알파로 작용할 것이다.”

―친노(親盧·친 노무현) 주자들간의 단일화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나는 단일화하러 경선에 나온 실없는 사람은 아니다. 내가 첫 주(15∼16일·제주 울산 충북 강원) 경선에서 1등을 하면 판이 정리될 것이다. 일단은 15일(제주 울산)에 1등하고 저녁에 한 번 보자.”

―대구 경북(TK)은 한나라당 성향이 강하지 않나.

“내가 후보가 되면 대구 경북에서 50% 득표를 목표로 돌풍을 일으키겠다. 행여 대선후보가 안 되면 지금 모친이 계신 대구 수성갑이나 고향인 경북 경주에 국회의원으로 출마할 생각을 하고 있다.”

―토론회에서 정동영 전 장관과 날선 공방을 벌이던데….

“균형을 잡는 것이다. 모든 후보가 먼 데서 온 손님만 비판하면 모양도 좋지 않고, 내가 굳이 공격 안 해도 손 전 지사는 여기저기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지 않나.”

―정 전 장관은 대통합을 위해 유 전 장관이 뭘 했냐고 묻던데….

“대통합민주신당이 국민 지지를 받았으면 정 후보가 그런 이야기를 해도 된다. 그러나 여론은 우리에게 차갑고 원칙상으로도 (대통합은) 옳지 않다. 그걸 무시하는 것은 교만이다.”

―유 전 장관도 ‘원칙 없이 말을 자주 바꾼다’는 지적이 있다.

“나는 열린우리당과 신당이 ‘당 대 당 통합’을 하는 범위까지를 마지노선으로 제안했고, 그에 따랐다.”

―집권을 하면 노 대통령 판박이처럼 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경선을 거치며 내 진짜 모습을 국민께 보여드리게 될 것이다. 노 대통령과 내가 나쁜 점과 좋은 점이 다 닮았다는 평가가 나오면 난 크게 성공 못할 것이다. 좋은 점은 닮고 나쁜 점은…, ‘다르다’고 국민이 판단해 주시면 좋겠다.”

―같은 당 의원이 유 후보를 가리켜 ‘싸가지 없다’고 한 게 여전히 회자된다.

“그 분들이 저를 좋아해 주시면 문제가 다 해결되는 건데…. 내가 물론 악역을 자처했던 것도 있지만, 내가 부족했다. 자기성찰의 시간을 지나왔고, 이제 그런 모습으로 다시 평가받고 싶다.”

―동아일보를 비롯한 비판신문에 ‘독극물’이라며 독설을 하기도 했는데….

“언론인들과 언론사들도 덩치에 걸맞은 자기 성찰의 힘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서로 싸우다 보니까…, 저도 막 했고, 일부 언론도 금도를 넘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언론관은 사리에 맞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래서 어떻게 대처할 거냐’는 부분에 있어 나는 대통령만큼 용감하지는 않다. 솔직히 언론에 대해서 겁이 난다. 장관을 하면서 보니 정책에 대해 소통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저와 일부 언론, 아니 전반적인 언론들 모두 다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통이 안 되면 내가 답답하니까 내가 먼저 고치겠다는 생각을 한 거다.”

―이른바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에 반대했는데….

“국민 알 권리를 위해서는 기관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해야 할 필요가 있는 곳도 있다. 언론인들의 자부심을 해치는 상황도 있다. 대통령께서 큰 틀에서 양보 한 번 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 공무원 조직이라는 게 대통령의 직접 지시를 받으면 ‘오버’하는 측면이 크다. 내가 장관을 할 때도 무단출입이 크게 문제되고 그런 적은 없었다. 경계가 애매한 사례들이 더러 있긴 했다.”

―딸이 외국어고에 다닌다고 하던데, 수월성 교육을 찬성하는 편인지.

“딸이 어린시절 독일에서 7년 반 살아서 용인외고 독일어과 입학이 가능했다. 내 딸은 아주 행복해 한다. 학교 안에서 수월성 교육은 필요한 것 같다. 어찌보면 국가발전의 핵심이다. 수월성 교육을 제대로 하려면 평준화 틀을 유지하면서 교원사회에도 경쟁체제 보상시스템을 도입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 그래서 나도 묘안을 찾고 있다.”

유 전 장관은 대선후보가 되면 “화합과 통합을 가져올 수 있는 정정당당한 정치문화가 무엇인지 행동으로 보여드리겠다”고 끝을 맺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