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7년 6월 21일 03시 01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 1부 ‘대외적 세계주의’
“민족공조론보다 한미일 공조체제 복원 더 중요
북핵 경협 인권 동시해결 ‘헬싱키모델’ 바람직”
“자주를 강조하는 명분론적 노선은 세계화 시대에 시대착오적 발상이며 구한말 우리 민족을 망국의 수렁으로 빠뜨린 쇄국론의 재판에 불과하다.”
‘세계주의’ 공동발제를 맡은 경희대 정진영, 성신여대 김영호, 성균관대 이숙종 교수의 결론이다. 폐쇄적이고 명분론적 민족주의에서 벗어나 개방적이고 실용적인 국제협력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발제자들은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이 동북아 50년 장기간 평화의 근간이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며 한미동맹의 균열을 가져오는 민족공조론이나 동북아균형자론보다 한미일 공조체제의 복원이 긴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 주도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를 통한 대북 핵 억지력 추구와 북핵, 경제협력, 인권문제를 동시에 진행하는 ‘한반도형 헬싱키 모델’로서 ‘서울 프로세스’를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미국과 서유럽, 구소련 및 동유럽 35개국이 참여해 안보, 경제협력, 인권 등 3개 분야를 연계한 협정으로 냉전의 종식에 이바지한 헬싱키 조약을 한반도에 적용하자는 것이다.
정 교수는 한국의 미래를 ‘선진통상국가’의 구현에 둬야 하며 복지제도를 시장개방과 연계된 구조조정 및 사회적 보상과 지원시스템의 확대와 연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상외교의 독자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전문성과 국내적 협상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독립된 통상 기구의 강화 방안도 제기했다.
이 교수는 “세계화에 대한 한국인의 의식이 개방성, 자국중심주의, 확장주의, 국제적 불신이라는 4가지 특징을 지닌다”며 “미들파워로서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리더십을 갖기 위해서는 다자주의의 상호성 규범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나선 김진현(전 과학기술부 장관) 세계평화포럼 이사장은 “우리의 역사적 경험에 비춰봤을 때 세계주의는 외교 역량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정치역량과 관리 능력의 문제”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이를 위해 역대 대통령이 감정적이고 예민한 민족 문제를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는 대북 문제의 사영화(私營化·privatization)를 차단하는 것과 보편적 법치주의를 무력화하는 한국 사회의 가족이기주의 극복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 2부 ‘정치적 역량’
“현정부 참여만 강조… 지도자 통치력 떨어져
좋은 정부 되려면 정보화 등 시대변화 따라야”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는 참여의 확대에 따른 정부와 정치 지도자의 통치력 저하에서 찾을 수 있다.”
정치적 역량 분야 발제를 맡은 장훈 중앙대, 이홍규 정보통신대, 박성우 중앙대 교수는 민주주의를 민중의 정치참여로만 바라보는 기존 시각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민주주의는 데모스(demos) 즉, 시민의 참여와 크라토스(kratos), 효율적 통치라는 2개의 기둥으로 이뤄진다고 할 때 과거엔 전자에만 주목했지만 지금은 후자에 더 주목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화를 민중의 정치 참여의 확대 곧 권력의 분화와 탈집중화로만 바라본 것이 궁극적으로 통치 능력의 약화를 초래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대통령제와 관련해서는 민주화 이후 과거의 제왕적 대통령이 취임 후 12∼18개월 동안은 제왕적 대통령, 그 이후는 무능한 레임덕 대통령이라는 두 얼굴을 지닌 ‘야누스 대통령’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행정부 차원에서 좋은 정부가 되기 위해선 내부 역량과 외부 조건의 정합성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의 무능은 과거 산업화에 적합한 역량이 민주화 정보화 세계화라는 외부 조건의 변화와 맞지 않았기 때문에 빚어졌으므로 그 가치 정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하는 한편 민주화가 관료조직의 정치화를 너무 촉진시켰기 때문에 정부의 탈정치화와 가치중립화가 숙제가 됐다고 말했다.
토론에 나선 김일영 성균관대 교수는 “문제의 핵심은 민주적이지만 무능한 국가를 어떻게 하면 민주적이면서 유능한 국가로 만들 것인가와 강하지만 무책임한 사회를 어떻게 하면 강하고 책임 있는 사회로 만들 것인가”라며 “이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자유주의를 통해 성취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광웅(전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 서울대 명예교수는 “민주주의를 데모스와 크라토스로 분리해 바라보는 분석적이고 환원주의적 방법은 단순계 과학의 논리”라며 “그보다는 정부 내에서도 환경정책과 산업정책, 인권정책과 국방정책처럼 서로 충돌하는 복잡계의 정글에 뛰어들어 그 모순 관계를 한꺼번에 해소할 방법을 찾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3부 ‘경제적 지속가능성’
“성장-분배 병행 가능… 초고령화사회 대비 시급”
경제적 ‘지속가능성’ 공동발제를 맡은 성신여대 강석훈, 중앙대 신인석, 한양대 홍종호 교수는 ‘성장 대 분배’ 식의 이분법적 구분을 뛰어넘는 ‘지속가능성’ 경제 모델을 제안했다. 이들은 “성장과 분배는 병행 발전이 가능하며 이를 위해 외부 충격에 상관없이 유지될 수 있는 ‘지속가능성’의 경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목할 부분은 ‘고령화사회’로의 진입에 따라 복지제도의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강 교수는 한국 사회의 급속한 ‘고령화’에 논의의 초점을 맞췄다. 한국 사회가 2026년에는 고령인구가 20.8%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총부양비는 2030년 55.4%로 상승한다고 한 뒤 “다음 세대의 부담을 전제로 한 국민연금제도를 현 세대의 부담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한국 경제는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경제 발전의 지속적 추진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현행 금융규제를 완화해 사모펀드 등 혁신적 금융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의 불안전성과 공공성을 고려해 공적 기구의 재량적 개입은 허용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에 나선 이기홍 한림대 교수는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통일 및 북한 노동력 문제, 코시안의 활동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4부 ‘사회문화적 통합’
“현정부 들어 이념갈등 가장 심화 대안이념 창출로 양극화 극복을”
한준, 김성호 연세대 교수와 김태종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통합’ 세션에서 한국사회의 갈등요소로 고용 불안정, 교육 격차, 개인과 조직 및 가족의 불화, 이념 갈등, 헌법개정 논의 등 7가지 요소를 지적했다.
한 교수는 세계화가 요구하는 구조조정의 변화 적응력을 높이면서 개인의 고용안정성을 동시에 보장할 수 있는 유연안정체계의 구축, 교육자치와 공교육 활성화를 통한 교육격차의 해소 등을 제안했다.
김성호 교수는 현 정부 들어 가장 심화된 갈등으로 이념을 꼽은 뒤 “이념의 과잉과 그 반작용으로서 이념의 부재라는 이념의 양극화를 극복하면서도 제3의 대안을 모색하는 ‘대안이념’을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1987년 헌법의 불완전성으로 인해 ‘개헌수요’는 많은데 ‘개헌역량’이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에 개헌 문제는 별도 기관을 만들어 충분한 준비를 하게 하되 당장의 개헌수요에 대해서는 헌법 권리조항에 대한 적극적 사법주의 실현을 통해 보정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 원우현(한국사회과학협의회 회장) 고려대 교수는 “의사소통의 네트워크를 발전시켜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사회 구조를 안정시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