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6·10 항쟁 20주년 기념사 요지

  • 입력 2007년 6월 10일 15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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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10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6·10 민주항쟁 20주년 기념식에 참석, 기념사를 낭독했다.

다음은 기념사 요지.

◇"6·10 승리에서 대의 안 버리는 지혜 배워야"

6·10 항쟁은 국민이 승리한 역사다. 항쟁 이후 20년간, 우리는 군사독재의 뿌리를 완전히 끊어내고 민주주의를 꾸준히 발전시킴으로써 6·10 항쟁을 승리한 역사로, 주저없이 말할 수 있게 됐다.

6월 항쟁은 자연발생적인 항쟁이 아니라, 잘 조직되고 체계화된 국민적 투쟁이었다. 항쟁의 지도부는 잘 조직되어 있었고, 각계의 지도자들이 두루 참여하여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었다. 지향하는 가치와 목표를 뚜렷이 제시함으로써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대중적 투쟁을 이끌어 냈다. 잘 조직된 국민의 의지와 역량이 역사의 진보를 이루어낸 것이다. 6월 항쟁은 가치와 목표를 더욱 뚜렷하게 제시하여 국민을 통합하고, 잘 조직하면, 더 큰 역사의 진보를 이루어 낼 수 있다는 믿음의 근거가 될 것이다.

6·10의 승리는 축적된 역사의 결실이다. 우리 국민은 수많은 좌절을 통해 가슴에 민주주의의 가치와 신념을 키우고, 그리고 역량을 축적해 왔다. 6월 항쟁의 승리를 보고 일시적인 좌절을 두려워하지 않는 지혜, 당장의 성공에 급급하여 대의를 버리지 않는 지혜를 배워야 할 것이다.

◇"민주세력 무능 운운은 염치없는 중상모략"

6월 항쟁은 그 역사적 의미로만 소중한 것이 아니라, 국가 발전의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였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87년 이후 우리 경제는 개발 연대의 요소투입형 경제를 넘어서, 지식기반 경제, 혁신주도형 경제로 전환하고, 세계와 경쟁하여 당당하게 성공하고 있다.

관치경제, 관치금융을 청산하여 완전한 시장경제를 실현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을 만들어 그 위에서 다양성을 존중하고, 자유와 창의로 경쟁할 수 있게 된 결과다.

97년 경제 위기 때문에 많은 지체가 있었다. 97년 경제 위기는 관치경제, 관치금융, 법치가 아닌 권력의 자의적 통치라는 독재시대의 낡은 체제를 신속히 개혁하고 정비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완전한 정권교체로 완전한 민주정부가 들어서서 신속하고 철저한 개혁으로 극복한 것이다.

그럼에도 97년 이후의 우리 경제의 지체를 빌미로 민주세력의 무능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참으로 양심이 없는 사람들의 염치없는 중상모략이다.

◇"6·10 항쟁은 절반의 승리"

그러나 6·10항쟁은 아직 절반의 승리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제도의 측면에 있어서는 독재체제의 청산과 민주주의 개혁에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반민주 악법의 개혁은 미완의 상태에 머물러 있다.

지난날의 기득권 세력들은 수구언론과 결탁하여 끊임없이 개혁을 반대하고, 진보를 가로막고 있다. 심지어는 국민으로부터 정통성을 부여받은 민주정부를 친북 좌파정권으로 매도하고, 무능보다는 부패가 낫다는 망언까지 서슴지 않음으로써 지난날의 안보독재와 부패세력의 본색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나아가서는 민주세력 무능론까지 들고 나와 민주적 가치와 정책이 아니라 지난날 개발독재의 후광을 빌려 정권을 잡으려 하고 있다.

지난날 독재권력의 앞잡이가 되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민주시민을 폭도로 매도해 왔던 수구언론들은 그들 스스로 권력으로 등장하여 민주세력을 흔들고 수구의 가치를 수호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군사독재의 잔재들은 아직도 건재하여 역사를 되돌리려 하고 있고, 민주세력은 패배주의에 빠져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런 사정으로 아직 우리 누구도 6월 항쟁을 혁명이라고 이름 붙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 모양이 된 것은 6월 항쟁 이후 지배세력의 교체도, 정치적 주도권의 교체도 확실하게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주세력의 분열과 기회주의 때문이다.

87년의 패배, 90년 3당 합당은 우리 민주세력에게 참으로 뼈아픈 상실이 아닐 수 없다. 지역주의와 기회주의 때문에 우리는 정권교체의 기회를 놓쳐버렸고, 수구세력이 다시 일어날 기회를 준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뼈아픈 상실은 군사독재와 결탁했던 수구언론이 오늘 그들 세력을 대변하는 막강한 권력으로 다시 등장할 수 있는 기회를 허용한 것이다.

◇"지역주의, 기회주의 정치 청산해야"

우리 앞에 놓인 과제는 자명하다. 나머지 절반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반독재 민주화투쟁의 시대는 끝이 났다. 새삼 수구세력의 정통성을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민주적 경쟁의 상대로 인정하고 정정당당하게 경쟁할 수밖에 없다. 대화와 타협, 승복의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87년 이후 숙제로 남아있는 지역주의와 기회주의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 수구세력에게 이겨야 한다는 명분으로 다시 지역주의를 부활시켜서는 안 된다. 기회주의를 용납해서도 안 된다.

눈앞의 정치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후진적인 정치제도도 고쳐서 선진 민주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대통령 단임제와, 일반적으로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는 선거법, 당정분리와 같은 제도는 고쳐야 한다. 여소야대가 더 좋다는 견제론, 연합을 야합으로 몰아붙이는 인식도 이제는 바꾸어야 한다.

언론도 달라져야 한다. 더 이상 특권을 주장하고 스스로 정치권력이 되려고 해서는 안된다. 사실에 충실하고, 공정하고 책임있는 언론이 되어야 한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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