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DJ 훈수정치' 찬반 논란

  • 입력 2007년 5월 29일 13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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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이 범여권 인사들을 연쇄 면담하는 자리에서 통합을 주문하는 발언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가운데 범여권 내부에서 'DJ 훈수정치'를 놓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범여권에선 '전직 대통령도 당연히 정국현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힐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옹호론이 우세하지만, 일각에선 '현실정치에 대한 개입 정도가 지나치다'는 비판론도 만만치 않다.

훈수정치에 대한 찬반은 김 전 대통령의 발언에 따른 정치적 손익계산에서도 갈린다.

김 전 대통령의 통합 주문이 자신들이 주장하는 '대통합'에 무게를 실어주는 것으로 해석하는 열린우리당의 지도부와 의원들은 적극 옹호하는 반면, 열린우리당 측의 주석에 곤혹스러워 하는 민주당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열린우리당 우상호 의원은 29일 한나라당이 DJ의 훈수정치를 '태상왕(太上王) 노릇'이라고 비판하는 데 대해 "정치원로의 경험과 경륜을 듣고 조언을 구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며 "세계의 모든 전직 대통령이 선거유세도 하고 자기가 지지하는 정당을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비판"이라고 일축했다.

같은 당 민병두 의원도 "전직 대통령이 자신의 가치와 미래에 대한 전망에 기초해서 방향을 제시하는 자체를 비판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친노로 분류되는 이광철 의원은 "대선이라는 중요한 부분에 대해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그런 정도의 조언은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다만 전직 대통령을 끌어내서 힘으로 보이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 측근인 안희정 씨는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 "전직 대통령이 훈수정치 하는 것에 대해 한나라당이 못마땅하다면 한나라당은 전두환 김영삼 전 대통령한테 가서 얘기를 들으시면 될 것"이라며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대변해온 분께서 방문해온 후배 정치인들에게 한마디씩 하는 것까지 비판하는 건 지나치다"며 김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반면 민주당 조순형 의원은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전 대통령의 일련의 발언은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처신이나 상식선, 한계를 벗어난 잘못된 발언"이라며 "내년에도 전직 대통령이 한 분 생기는데 전직 대통령 마다 현실정치에 개입하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하며 훈수정치를 비판했다.

조 의원은 최근 당 회의석상에서도 DJ 훈수정치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전달할 것을 이날 김 전 대통령을 면담하는 박상천 대표에게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이날 오전 경희대에서 행한 '대통령과 리더십' 특강에서 "현재 범여권 사분오열의 중요한 원인은 대선 직후 여당인 민주당을 쪼개어 열린우리당으로 분당한 것이고, 분당의 책임은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에게 있다"며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은 이제 와서 범여권 대통합을 얘기할 것이 아니라 민주당의 분당을 적극 막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문학진 의원은 CBS 라디오에 출연, "기본적으로 전직이든 현직 대통령이든 몇달 안 남은 대선 등 현실정치에 직접 개입하는 인상을 주는 건 우리나라 정치발전에 썩 바람직하다고 보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이 오죽하면 저렇게 나설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을 잇따라 방문하는 범여권 대선 예비주자들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조순형 의원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대선 예비주자들이 줄지어 그 분을 찾아가서 훈수를 듣고, 한마디 한마디에 일희일비하고 오는데 정말 이래서는 안된다고 본다"고 쓴소리를 했다.

장성민 전 의원도 이날 SBS라디오에서 "김 전 대통령의 문지방을 넘나들면서 조언을 구하러 간다는 정치인들의 속마음은 자신들의 정치 영업 이익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며 "이런 정치행태야말로 청산해야 할 일종의 지역주의 앵벌이 정치이자, 지역주의 문고리 정치"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훈수정치에 대한 정치권의 논란이 가중되는 데 대해 김 전 대통령측 최경환 비서관은 "코멘트할 게 없다"고 말한 뒤 이날 오후 민주당 박상천 대표와의 면담을 끝으로 한동안 정치인 공식 방문 일정이 잡혀있지 않은 것과 관련해 "오늘로써 정치주간은 끝나간다. 정치 말고도 할 일이 많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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