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헌 “국민은 정치에 짜증난다…우리당은 끝난 당”

  • 입력 2007년 5월 4일 11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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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신당모임 전병헌 의원.
통합신당모임 전병헌 의원.
임기 1년여 앞둔 초선, 전병헌 의원의 전격 토로

◇“국민은 우리 정치에 짜증난다”

17대 국회에 입성한 초선의원은 187명이다. 탄핵 후광을 입고 당선된 열린우리당 의원만 108명(탈당 의원 포함)이다. 이들의 화려한 시작도 이제는 끝을 향해 치닫고 있다. 임기가 1년여 남았을 뿐이다. 지난 3년여 동안 이들의 눈에 비친 여의도 정가는 어떤 모습일까. 3일 국회에서 통합신당모임 전병헌 의원을 만나 초선의원으로서의 애환과 한국의 정치상황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권위주의적인 면이 많이 사라지고 역동적이고 의욕적으로 바뀌는 등 정치문화가 크게 일신됐다. 그러나 서로 다른 의견을 존중하고 타협하는 문화는 여전히 성숙되지 못했고 진전되지도 않았다.”

17대 국회에 대한 전 의원의 촌평이다. 전 의원은 새정치국민회의 홍보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을 거쳐 국민의 정부 시절 대통령정무비서관, 대통령정책기획비서관, 국정홍보처 차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4·15 총선 때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해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올 2월 탈당했다.

전 의원은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며 “신인으로서 기성 정치와 차별화된 정치를 하려고 했는데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며 아쉬워했다.

“정치는 집단이 하는 것이다 보니 정당과 정당이 대결적 양상에서 크게 자유롭지 못했다. 국민은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절박한 관심사인데도 정치권은 그와는 동떨어진 문제에 집착하며 서로 다투는 모습만 보였던 데 대해 일정 부분 책임을 통감한다.”

그러면서 전 의원은 국회에 첫발을 내딛던 날 스스로에게 다짐했던 내용을 들려줬다.

“우리 정치에는 실사구시적인 측면이 부족하다. 그렇다 보니 국민은 ‘정치가 필요 없을 뿐더러 짜증난다’고까지 한다. 그래서 국민 생활에 구체적으로 도움을 주는 ‘생활 중심 정치’를 구현하고 싶었다.”

◇“정치하다보니 의도와 달리 욕 먹더라”

거대담론을 형성하는 것보다는 국민의 행복 지수를 높여줄 수 있는 부분들을 고민하고 개선하는 것이 초선의원으로서의 역할이라고 본 셈이다.

실제 전 의원은 국민 생활에 도움이 되는 법안 마련에 매진했다. 대기업의 이익을 중소기업에 나눠주는 ‘성과공유제’를 실시케 했고, 300~400만 명에 달하는 비활동성 B형간염 보균자들이 취직 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법을 정비했다. 신용불량자들이 군 입대로 인해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막는 법안도 입안했다.

전 의원은 “사회적인 약자나 소수, 서민 등의 아픔을 보듬어줄 수 있는 몇몇 법안을 마련한 것이 큰 보람으로 남아 있다. 지금도 초심을 잊지 않고 분발하려고 한다”고 했다.

전 의원에게 즐거운 추억만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정치권에 진출한 이후 엉뚱한 모함이나 공격을 당해 마음이 아팠던 적도 많았다.

“내 의도와 달리 곡해된 말이나 사실과 다르게 전해진 사항으로 인해 욕을 듣거나 비난을 받는 경우가 있다. 국회에 들어올 때 어느 정도 각오는 했지만 실제로 당하고 보니 정말 억울하더라.”

그는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며 정치적인 경륜을 연마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씁쓸해했다.

“우리당은 국민을 불편케 하는 존재”

전 의원은 올 2월6일 정치 생명을 건 도박을 감행했다. 바로 ‘탈당’이다. 그는 “우리당은 희망이 없기 때문에 탈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우리당은 국민에게서 신뢰를 잃었다. 중도개혁진영의 대표성도 자연스레 상실됐다. 더구나 국민을 대단히 불편케 하는 존재로 전락해버렸다. 민심이 우리당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은 전무하다. 한나라당에 대항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하루빨리 등장해야 했다. 그를 위해선 우리당 의석수를 줄이는 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탈당을 결심했다.”

전 의원은 ‘우리당 탈당파 의원들의 행태는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구태의 되풀이’라는 지적에 대해 “말이 안 된다”고 항변했다.

“총선을 겨냥한 탈당이라면 현재 우리당에 남아 있는 의원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우리당이 일거에 와해됐어야 이치에 맞는 거 아닌가. 내년 총선만 생각했다면 당에 남아 있지 탈당 안 했다. ‘우리당 당적만 아니면 된다’는 단순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판이 다 정리된 뒤에 나왔지 가장 불확실한 상황에서 결행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는 “4·25 재보선이 끝난 뒤 ‘우리당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거듭 확인했는데도 추가탈당이 한 명도 없다”며 “안 된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탈당을 하지 않는 건 그만큼 정치인에게 탈당이란 것이 어려운 결단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들만의 통합신당 창당은 곤란”

화제는 ‘중도개혁 통합신당 창당’으로 넘어갔다. 민주당과의 통합이 결렬된 이후 통합신당모임 내에서는 독자 신당 창당론에 무게가 실렸다. 이달 7일에는 창당 전당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그러나 모임 내에서의 반발도 만만찮다. 전 의원을 비롯해 이강래, 노웅래, 이종걸, 제종길, 우윤근 의원 등 6명은 창당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통합신당모임 분열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전 의원은 “서로 의견이 다를 뿐”이라면서도 “우리들만의 창당은 곤란하다”며 독자 창당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애초 우리당을 탈당한 건 중도개혁진영의 대통합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대통합은 제3의 자유지대에서만 가능하다. 탈당 의원 30여명이 그 터전을 만들었다. 우리들끼리 당을 만든다면 통합의 밑거름인 제3지대가 없어져 버린다. 늦어도 6월이면 결판난다. 그때까지는 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전 의원은 민주당과의 통합에 상당한 애착을 보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민주당과의 통합을 두고 물밑협상을 진행 중이다. 세력 간 통합은 민주당과 통합신당모임이 중심이 돼야 한다. 그래야 오픈 프라이머리를 주도해나갈 수 있는 최소한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국민중심당이 가세하면 세력 중심 통합의 핵심 골간이 형성되고, 정치권 밖에서 일부 세력이 합류하게 되면 통합 작업은 완결된다.”

그는 “민생정치모임은 당연히 함께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당은 국민 지지가 유턴할 가능성이 전혀 없기 때문에 함께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탈당, 사실은 정말 두려웠다”

전 의원은 탈당에 대한 우려가 컸던가 보다. 인터뷰 말미에 “왜 앞장서서 비난받을 일을 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고민도 많이 했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집권여당의 기득권을 버리고 나온다는 게 쉽지 않았다. 소수집단으로 전락한다는 사실도 정말 두려웠다. ‘탈당은 음지에서 양지로 나아간다’는 사회적인 선입견도 큰 부담감으로 작용했다. 우리의 탈당은 그 반대였기 때문이다. 다수 속에 남아 있으면서 ‘통합해야 한다, 우리당을 빨리 해체해야 한다’며 쓴소리나 가끔 하다가 큰 흐름에 편승해 움직였다면 정치적으로 상처도 안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다소 위험이 따르더라도 정정당당하게 행동하고 싶었다.”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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