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노위, 노동부 ‘부적절 협상’ 추궁

  • 입력 2007년 4월 25일 0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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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24일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출석해 회의가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24일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출석해 회의가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책 - 승진까지 노조와 협의하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24일 노동부의 현안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노동부가 고용지원센터 상담원의 공무원화와 관련해 법외 노동조합인 ‘노동부 공무원 노조’와 부적절한 협상을 벌인 의혹이 있다는 본보 보도(24일자 A1면)에 대해 추궁했다.

▽“직협이 노조 규약 가지고 있나”=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환노위 회의에서 “동아일보 기사에 대해 경위를 설명하겠다”고 해명을 자처해 “직장협의회(직협)가 (직업상담원 공무원화를 반대하는) 광고를 내겠다는 소식을 듣고 노동부 이미지가 훼손될 가능성이 있어서 그분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만났을 뿐 승진을 조건으로 설득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회에서는 노동부 공무원 노조를 직협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에 따르면 노동부 공무원 노조는 자체 규약 제1조에서 “본 조직은 ‘노동부 공무원 노동조합’이라 하며 약칭은 ‘노동부 공무원 노조’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이들은 한 번도 우리에게 노조라는 말을 쓴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홍준표 환경노동위원장은 “노조는 모든 내부 문서에 본인들을 노조라고 밝히고 있다. 장관은 눈 가리고 아웅 하지 말라”고 질타했다.

▽“노동부, 노조 의견 일부 수용”=이 의원은 또 노동부가 지난달 노조와 협상한 이후 노조의 의견을 받아들여 직업상담원의 공무원화에 대해 방향을 수정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의 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 장관은 직업상담원 노조와 ‘직업상담원을 일시에 공무원으로 전환해 8급 500명, 9급 1100명을 특별채용하겠다’고 구두합의했지만 지난달 31일 노동부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엄격한 시험관리를 위해 채용시험관리를 중앙인사위원회에 맡기고, 채용직급에 대해 합리적 조정을 하겠다’고 방침을 바꿨다.

이는 지난달 21일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노동부 노조가 제시한 대안 중 하나인 ‘시험을 중앙인사위에서 엄격히 시행하고 8급 수를 최소한으로 감축할 것’과 거의 흡사하다는 것.

이 장관은 “절충하고 논의하면서 안이 다듬어지는 과정”이라고 해명했다.

▽“정부 정책과 승진이 협의 대상인가”=의원들은 또 노동부가 노조와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 금지하고 있는 정부 정책사항과 기관운영 사항에 대해 논의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한나라당 안홍준 의원은 “노동부 공무원 노조는 엄밀히 말하면 불법노조”라며 “불법 노조와 정책에 대해 논의하고, 승진 등에 대해 협상한 것이 놀랍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노조와 협상을 한 것이 아니라 직협 간부와 근무환경 개선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는 논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안 의원은 “정책 결정, 임용권은 직협과의 협의사항도 아니다”고 못 박은 뒤 “장관은 간담회라고 하는데 광고가 난다는 소식을 들은 뒤 노동부가 요청해 7일 동안 장관, 간부가 7차례에 걸쳐 노조와 논의를 한 것은 협상 조율로밖에 보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직업상담원 공무원화 재검토해야”=안 의원은 노동부 공무원 노조가 2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정부가 운영하는 고용지원센터가 효율이 떨어진다’고 나온 결과를 예로 들며 “고용지원센터를 민간이나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는 방안을 원점에서 검토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 장관은 “복지행정과 관련해서는 큰 정부를 지향하고, 공무원이 책임 있게 일해야 한다”고 맞섰다.

한편 노동부 공무원 노조 내부에서는 노조 집행부가 직업상담원의 공무원화를 반대하는 광고를 내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새로운 ‘고용지원 노조’를 설립하는 등 노-노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D ‘류만재’는 노조 홈페이지에 “노동부 노조는 일간지에 내려고 했던 비용을 ‘고용지원노조’에 줄 것을 요청한다”며 “광고비 지원 즉시 광고를 내겠다”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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