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인들의 평양行, 국민의 득실 따져 봐야

  • 입력 2007년 4월 23일 23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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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남북문제에서 가장 중대한 과제는 뭐니 뭐니 해도 북핵 폐기다. 그 전제 위에서 협력도 하고 평화의 길을 닦는 노력도 해야 한다. 그것이 밖으로는 국제사회의 공감을 얻고, 안으로는 국민에게 무리한 부담을 지우지 않으면서 남북관계를 발전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정도(正道)다. 이 과정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여는 것이 실(失)보다 득(得)이 많다고 판단되면 국민에게 있는 그대로 설명하고 공식 창구를 통해 투명하게 추진하면 된다.

서두르거나, 감출 아무런 이유가 없는데도 정부와 범(汎)여권의 행태는 미심쩍고 위태롭게만 보인다. 북한은 2·13합의의 초기 조치마저 이행하지 않고 있는데 남북정상회담만 열리면 모든 게 해결될 것처럼 구는 행태가 그렇고, 범여권 인사들의 평양행(行) 러시가 그렇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3월 방북에 이어 김혁규 씨를 단장으로 한 열린우리당 의원단이 다음 달 초 대거 평양에 간다. 경제 5단체의 일부 간부와 공기업 사장들까지 대동한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도 별도로 곧 평양을 방문한다.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진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이들의 방북은 자칫하면 북한의 입지만 강화시켜 주고, 우리의 부담만 늘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2005년 6월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200만 kW의 전력 공급을 약속한 것이 단적인 예다. 대북 협상의 핵심 카드를 미리 내보이는 바람에 북핵 해결에 도움도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대북 이중(二重) 지원의 족쇄를 스스로 차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이번에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북은 어떤 경우에도 물질적, 금전적 대가(代價) 없이 호의를 베풀지는 않는다.

정치인이라면 섣불리 남북문제에 뛰어들기보다 화급한 국내 문제에 해결책과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행여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쓸모가 있을까 봐 평양에 가는 것이라면 재고(再考)해야 한다.

평양에 다녀왔다는 것이 국민의 관심거리조차 안 될 정도로 세상이 변하기도 했지만 당장 챙겨야 할 국정 현안이 얼마나 많은가. 설령 평양에서 실권도 없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난다 한들 그게 무슨 자랑거리가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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