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통과 11일만에 “‘노무현 기념관’ 건립 합의”

  • 입력 2007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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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2006년 11월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을 방문해 전자방명록에 남긴 글. 동아일보 자료 사진
노무현 대통령이 2006년 11월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을 방문해 전자방명록에 남긴 글. 동아일보 자료 사진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 근거로 경비지원 가능해져

청와대는 ‘노무현 기념관’을 건립하는 데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을 계획이다.

예산 지원의 법적 근거를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과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 등 두 개의 법률을 동시에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만일 노 대통령이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에 의거해 기념관 건립을 추진한다면 자신의 재임 중 통과된 법에 근거해 기념관을 건립하는 셈이 된다. 이 법은 2일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 예산 지원의 법적 근거=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 25조(개별 대통령기록관의 설치 등) 3항은 ‘중앙기록물관리기관의 장은 개인 또는 단체가 국가에 기부채납할 목적으로 특정 대통령의 기록물을 관리하기 위한 시설을 건립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필요한 경비의 일부를 예산의 범위 안에서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래 이 법은 한나라당 정문헌 의원이 2005년 11월 발의한 ‘예문춘추관법안’과 정부가 2006년 7월 발의한 ‘대통령기록물법안’을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서 병합 심의해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정 의원이 애초 발의한 법안은 조선시대 사관(史官)처럼 대통령이 주재하는 모든 회의에 참석해 대통령의 말을 기록하고 이를 제대로 보존해 뒷날 책임 소재 등을 분명히 하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정부도 기존의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에서 대통령 항목을 떼어내 예산 지원의 근거를 구체적으로 밝힌 ‘대통령기록물법안’을 제출했다.

노 대통령은 정부가 법안을 제출한 후인 지난해 8월 27일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핵심 회원들을 청와대로 부른 자리에서 노무현 기념관을 건립하겠다는 얘기를 꺼냈다. 이 때문에 재임 중 통과된 법에 근거해 기념관 설립을 추진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는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에 의거해 기념관 건립을 추진할 수도 있다.

이 법 5조 2항은 ‘전직 대통령을 위한 기념사업을 민간단체 등이 추진하는 경우에는 관계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대중(DJ)도서관’ 건립 이후 일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이 법률에 근거해 정부와 연세대가 각각 60억 원씩 부담한 바 있다.

▽다른 대통령은?=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DJ 모델과 마찬가지로 박정희 기념사업회가 매칭펀드 형식으로 국고보조금 208억 원을 지급받았지만, 사업회 측이 약속한 모금액 부진을 이유로 2005년부터 정부가 보조금 회수에 나서 정부와 사업회 간 마찰을 빚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명지대가 김영삼(YS) 전 대통령 기념관을 명지대 캠퍼스에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그러나 YS 측은 “재원 조달이 안돼 답보 상태에 있다”고 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경우 제주 서귀포의 파라다이스호텔이 2000년 이 전 대통령의 별장이 있었던 호텔 터에 ‘이승만 기념관’을 개관했지만 50평 정도의 소규모다.

기념관이 없는 전직 대통령들도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에 의해 기록관 건립에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는 셈이다. 하지만 국가기록관리위원회 산하 대통령기록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므로 심의 당시 권력의 입김이 개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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