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핵 합의 이행보다 김일성 우상숭배에 빠진 北

  • 입력 2007년 4월 15일 2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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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평양은 고(故) 김일성 주석의 95회 생일인 태양절을 맞아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5월 1일 경기장’에서 벌어진 대집단체조 ‘아리랑’ 공연을 비롯해 ‘김일성화(花) 축전’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 등이 평양을 수놓았다. 올해도 각국에서 초청된 수천 명의 축하 사절단과 외국 가수, 배우, 서커스단이 분위기를 돋우고 ‘들러리’도 섰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기다리는 비핵화 이행 소식은 없다. 북은 2·13 베이징(北京) 합의에 따라 14일까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 사찰을 받고 영변 원자로도 폐쇄하기로 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동결된 북한 자금 처리가 지연된 게 빌미가 됐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미국의 동결 해제 선언에 대해 북이 취한 조치라고는 “해제가 현실로 증명되면 행동할 것”이라고 밝힌 외무성 대변인의 한마디가 전부다.

북이 과연 2·13 합의를 이행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북이 의지가 있다면 IAEA 기술진에 방북 초청장 정도는 보냈어야 했다. 북은 지난달 평양을 방문한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에게도 “기술조사단의 방북을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했다. 지금 기술조사단을 초청한다 해도 정식 사찰단이 활동을 시작하려면 열흘 이상 걸린다.

북으로선 2·13 합의 이행보다 5년, 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를 맞은 김일성 우상숭배가 더 중요하고 급한 듯하다. 더구나 북은 올해 행사를 “승리자의 축전”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핵 개발로 이뤄 낸 승리의 축제라는 말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나 미국은 북의 ‘선의(善意)’만 기대하고 있고, 중국까지도 “며칠만 더 기다려 보자”고 한다.

국제적인 약속보다도 김일성 우상숭배와 김정일 세습정권의 보위를 더 우선시하는 북을 다시 한번 불신하지 않을 수 없다. 비핵화의 초기 조치도 이럴진대 본격적인 핵 프로그램 신고와 불능화 단계까지 어떻게 갈지 걱정이다. 우리 정부와 미국 등은 북한체제의 본질을 똑바로 알고 대응해야 한다. 쌀이든 비료든 주고 보자는 식으로는 언제까지 끌려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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