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섭-이재오 갈등 재연… '당직자 중립' 충돌

  • 입력 2007년 3월 29일 17시 59분


코멘트
지난해 7·11 전대에서 '친박', '친이'로 나뉘어 치열한 경선을 벌였던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와 이재오 최고위원간의 해묵은 앙금이 또 다시 표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빅2'인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한치 양보 없는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전대 득표 1,2위인 두 사람의 충돌은 양측의 대치 전선에도 미묘한 파장을 드리우면서 경선국면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발단은 강 대표가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직자들의 대선후보 캠프 참여를 강력히 경고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당에 여러 당직자가 많다. 사무총장, 부총장, 정조위원장, 최고위원 등… 이런 분들이 어떤 캠프의 일원으로 직책을 맡는 일은 결코 있어선 안된다"며 "사무처 요원들도 위치를 망각하고 (중립을) 지키지 않으면 인사조치 하겠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또 "각 캠프에서는 캠프 위상을 강조하기 위해 멀쩡한 당직자들을 '우리 캠프 직책 맡기로 했다'고 언론플레이를 하는 일이 있어선 안될 것"이라며 "본인들이 만약 그런 의사를 갖고 있다면 당직을 깨끗이 사퇴하고 갈 수 밖에 없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나아가 "다시 한번 경고하는데 당직을 맡으면서 그런데 간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도 했다. 한 측근은 "지금껏 있어왔던 공개적인 경고 가운데 가장 수위가 높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공교롭게도 이 전 시장 캠프의 실질적 좌장격인 이 최고위원이 불참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 전 시장 경선 본부가 차려지면 선대위 총괄본부장에 임명될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고, 언론에 보도까지 됐었다.

이 때문에 강 대표의 이날 언급은 이 최고위원을 우회적으로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 당직자는 "굳이 '최고위원'을 경고 대상에 포함시킨 이유가 뭐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강 대표의 한 측근은 "특정인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며 "중간당직자들이나 시·도당 위원장들이 어느 캠프의 조직책을 맡고 있다느니, 무슨 역할을 하고 있다느니 하는 소문이 많아 전반적으로 주위를 환기시키고자 한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강 대표의 언급을 전해들은 이 최고위원은 강하게 반발했다.

'6·3 동지회' 회장 자격으로 지방 행사에 참석 중이던 이 최고위원은 "강 대표가 지난 전대 과정을 벌써 잊은 모양"이라며 "자기 말에 책임을 지고, 말의 신뢰를 얻으려면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그는 "지난날 행동에 대한 사과나 반성 없이 모든 당직자들을 한 편으로 만들어 놓고 당을 한 쪽으로 끌고 가려는 것 아니냐"며 강 대표의 발언 배경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일이 있어 회의에 참석 못한다고 얘기했으면 나중에 그런 문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상의해서 말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자신이 불참한 회의에서 이 같은 언급이 나온데 대해서도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양측의 이 같은 충돌은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는 관측도 있다. 강 대표는 그간 '중립'을 강조하면서 후보 경선과정에서 당의 역할론을 강조해 왔지만, 이 최고위원은 "강 대표가 무슨 중립이냐"며 이를 인정하려 하지 않아 왔다.

여기에는 지난 전대 과정에서 강 대표가 박 전 대표측의 지원을 받아 당선된 것에 대한 묵은 감정이 자리하고 있다. 따라서 자신이 이 전 시장을 돕는 것도 전혀 문제가 안된다는 게 이 최고위원측의 생각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경선 이후를 내다본 포석이라는 관측도 있다. 대선 후보가 선출된 후 꾸려질 당 선대위원장 자리를 놓고 두 사람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벌써부터 시작된 것 아니냐는 얘기다.

또한 이번 충돌로 인해 '빅2'간 경선전이 더욱 가열되면서 당의 내홍이 심각한 수준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 초선의원은 "가뜩이나 당이 친박, 친이로 나뉘어 양분돼 가고 있는 상황에서당의 공식서열 최고 자리에 있는 분들이 서로 사퇴를 주장하면서 정면 충돌하는 것은 위험스럽다"며 "또 다른 박·이 대리전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뉴스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