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녕]대통령의 德目

  • 입력 2007년 3월 2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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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33대 대통령 해리 트루먼은 자신의 집무실 책상 위에 ‘책임은 여기에서 끝난다(The buck stops here)’라는 글귀를 써 놓았다. 의사결정의 최종 책임자가 자신이라는 것을 한순간도 잊지 않기 위해서다. 대통령이 갖추어야 할 덕목 가운데 ‘책임감’을 가장 중시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지도자의 덕목은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할 수 있다. 용기와 결단력이 필요한 때가 있는가 하면, 타협과 조정능력 또는 관리·경영능력이 우선되는 때도 있다.

▷강영훈 전 국무총리와 김행식 목사가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대통령 10대 덕목 선언문 기초위원회’가 그제 대통령 후보가 갖춰야 할 10대 덕목을 발표했다. 21세기 대한민국을 이끌 지도자를 제대로 뽑아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각계 의견을 수렴해 선정했다는 것이다. 10대 덕목 중에 ‘국제외교 실무수행 능력’ ‘글로벌 시장경제에 대한 판단 능력’ 등 국제감각과 관련된 덕목 2가지가 들어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이 단체에는 각계 원로와 한국정치학회 등 주요 학회 및 모임의 대표 26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올해 대선뿐 아니라 앞으로 30년 정도는 이들 덕목을 기준으로 대통령을 뽑아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를 국민운동 차원으로 승화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10대 덕목을 새긴 연필 볼펜 서표 등을 만들어 유권자는 물론 청소년에게도 나눠 줘 지도자감을 알아볼 안목을 기르도록 훈련시키겠다는 것이다. 각종 포럼을 통해 대선 후보 개개인에 대한 평가를 해 덕목별로 점수도 내고, 정치지망생을 상대로 교육도 할 계획이다.

▷지도자의 자질은 타고나기보다 후천적으로 길러지는 게 더 많다고 생각된다. 문제는 대통령이 되기 전에 이런 자질을 갖췄느냐 여부다. 누구나 대통령을 꿈꿀 수 있지만 아무나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 현 대통령의 아버지인 41대 대통령 조지 부시는 “대통령이 된 후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하면 이미 늦다”고 말했다. ‘준비된 대통령’을 찾아내는 것은 유권자의 몫이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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