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장롄구이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교수

  • 입력 2007년 3월 2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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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포기 천명한적 없어…美 유화책 성공 장담못해”

지난달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2·13합의가 나온 뒤 5개 실무그룹 회의가 속속 열렸다. 또 미국이 북한의 동결자금을 해제하고 북한은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을 초청하는 등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활발하다. 일부 언론과 학자는 북핵 문제가 이미 중대한 고비를 돌파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4자회담의 실패 등 1993년 북핵 문제가 발생한 뒤 야기된 일련의 사태에 비춰 볼 때 현재 상태는 기존 문제의 해결이라는 점에서나 새로운 문제의 발생이라는 점에서 모두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먼저 2·13합의 내용을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 2·13합의가 북핵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중대한 진전으로 보는 사람들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신 경제적 보상을 얻겠다고 이미 결심한 것으로 쉽게 생각한다.

그러나 북한이 이런 결심을 했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핵실험 이후 ‘정정당당한 핵무기 보유국’이라고 선언했다. 북한은 이후 “평화적으로 한반도의 비핵화를 이룩하자”는 의지만 밝혔을 뿐 핵을 포기하겠다고 천명한 적이 없다. 2·13합의에서 포기하기로 한 것도 핵 프로그램과 영변의 핵시설뿐이다. 2·13합의는 북한이 끝내 핵을 보유하기 위한 하나의 전술일 수도 있다.

둘째, 2·13합의 문건은 ‘행동 대 행동’이라는 원칙을 세웠지만 행동의 동질성과 동보성(同步性)은 담보하지 못했다.

북 핵실험 이후 원조를 전면 중단한 한국은 2·13합의 이후 남북한 장관급회의를 재개하고 30만 t의 비료를 주기로 한 데 이어 5만 t의 중유를 보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미국은 2500만 달러의 동결자금을 풀었으며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고 적성국 무역법에 따른 제재를 해제하고 나아가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북한이 지금까지 한 조치는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을 초청한 게 전부다. 이는 ‘행동 대 행동’이라는 원칙을 이행하려는 ‘동질, 동보의 행동’이라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북한은 2·13합의와 일련의 후속 회담에서 매우 가치 있는 ‘물건’을 얻었다. 북한은 지난해 멋대로 핵실험을 했지만 이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1718호 제재 결의는 일련의 회담을 거치면서 사실상 휴지조각이 됐다.

이는 북한의 핵 포기라는 실질적인 성과에 다다르기 전에 6자회담 참가국들이 들인 노력이 일방적이라는 점을 보여 준다.

셋째, 북핵 문제는 결국 북한의 안전 문제라는 것이다. 북한은 여러 차례 “핵개발은 미국의 위협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논리가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북핵의 좋은 해결 방법이 핵 포기와 안전보장을 맞바꾸는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북핵 문제와 북한 문제를 혼동한다. 그래서 일괄 타결이라는 말이 나온다. 따라서 북한의 안전 문제와 거리가 먼 경제 협력과 인도주의 원조, 관계 정상화가 북핵 문제와 함께 거론된다.

결과적으로 문제만 복잡해졌고 풀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2·13합의에 따라 북한과 일본은 최근 베트남의 하노이에서 협상을 벌였다. 납치 문제는 본래 북-일 간의 문제다. 6자회담이 이에 부정적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

돈세탁 방지를 위한 미국의 금융제재 역시 북핵과 연관성이 별로 없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6자회담과 연결했고 영변 핵시설 가동 중지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워 결국 관철했다.

2·13합의에 비춰 보면 이는 북한이 약속한 의무를 곧바로 이행하지 않고 새롭게 내건 조건으로 좋은 징조가 아니다.

마지막으로 북핵 문제는 본질적으로 핵 비확산의 문제다. 또 동아시아 각국의 안전 및 이해관계가 밀접하게 얽힌 문제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일관되게 한반도의 비핵화를 옹호하고 6자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풀려고 해 왔다.

그러나 일부 학자는 이를 북-미 양국의 문제로 중국은 개입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동결된 북한 자금 2500만 달러를 풀어 주는 대신 BDA은행에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인 미국 금융기관과의 거래 중단조치를 취했다. 중국 스스로 주변을 맴돈 결과 마카오의 은행이 북한을 대신해 복역하는 결과를 가져온 셈이다.

미국의 한 연구기관은 몇 년 전 북한이 핵을 확산시키지만 않는다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묵인하고 대신 일본이 핵무장하는 방안을 해결책으로 내놓은 적이 있다.

이렇게 되면 중국의 주변 환경은 급속히 악화된다. 현재 미국의 대북 자세는 빠른 속도로 유연해지고 있다. 몇 년 전 나온 이런 방안이 앞으로 채택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많은 사람은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미국의 강경 정책이 실패하자 크게 박수를 쳤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복이 될지, 화가 될지 곰곰이 숙고해 봐야 할 것이다.

장롄구이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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