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초기조치 이행→DJ 방북→남북정상회담?

  • 입력 2007년 3월 1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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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방문하고 온 이해찬(사진) 전 국무총리의 방북 전후 설명에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아리송한 점이 많다. 이에 따라 노무현 대통령의 정무특보인 그의 ‘진짜’ 방북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방북 후 10일 중국에 온 이 전 총리는 베이징(北京)의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남북정상회담은 4월 중순 이후 추진이 가능할 것이며 이런 의사를 (북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특사가 아니라 당 차원에서 방문했기 때문에 남북정상회담 자체는 논의의 핵심사안이 아니었다”고 했다.》

이해찬 국무총리는 “남북정상회담과 6자회담은 병행해서 가는 것이며 6자회담 2·13 합의의 초기 이행조치 시한인 4월 중순 이후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총리가 자신의 이런 생각을 전하자 북측도 별다른 이의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전 총리는 7일 북한으로 출국하기 직전 기자간담회에서 “아직 정상회담 문제를 거론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특히 방북 전 “내 볼일 보러 간다”면서 대통령 특사설을 부인했지만 북한에 가서는 민감한 정상회담 추진 일정을 거론한 것 자체가 사실상 특사 역할을 수행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이 전 총리의 이번 방북은 남북정상회담 논의를 물위로 끌어올린 신호탄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분석이다.

그가 정상회담의 논의 시점을 ‘4월 중순 이후’로 명시한 것은 6자회담 2·13 합의의 초기 이행조치 시한인 4월 13일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4월 중순까지 북한이 핵 시설 폐쇄 등 초기 이행조치를 마칠 경우 정상회담 추진 여건이 조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4월 중순부터 6월까지 빽빽하게 잡힌 각종 남북 행사와 6자회담의 순항 가능성도 정상회담 개최에 우호적 여건을 조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일각에선 최근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올 상반기 경의선 동해선 열차 시험운행’에 합의한 대목에 주목해야 한다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경의선 열차를 타고 방북해 정상회담 개최의 중개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북한 권력서열 2위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대통령 특사자격으로 이 전 총리를 만났을 것”이라며 “정부가 해빙기에 접어든 북-미관계에 편승해 뒷거래를 통한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면 역사의 엄중한 심판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나 대변인은 또 이 전 총리에 대해 “시기까지 특정해서 남북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밝혀 놓고 ‘방북은 정상회담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라고 하는 것은 귀신 씻나락 까먹는 말장난이자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이 전 총리가 10일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 내용.

―결국 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한 것 아닌가.

“정상회담을 하려면 연관된 상황이 더 진전돼야 한다. 지금 ‘2·13 합의’는 합의 수준이지 이행 수준이 아니다. 이행 상황을 어느 정도 봐 가면서 정상회담의 추진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는 얘기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나.

“만날 예정도 없었고 실제로 만나지 않았다. 나는 특사가 아니고 당 차원에서 방문한 것이다.”

―김 위원장에게 전하는 노 대통령의 서신이나 구두메시지는 없었나.

“없었다.”

―북한이 2·13 합의를 이행하려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고 했는데….

“북쪽은 북-미 관계에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동의하면서 신뢰를 쌓기 위한 조치가 조만간 나올 것이라고 했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2005년 자카르타에서 만났을 때와 달리 이번엔 미국을 비난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누구와 어떤 대화를 나눴나.

“김영남 위원장과 최승철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나 북-미 및 남북 관계를 개선해 동북아에 평화체제가 구축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하자고 했다. 이를 위해 민족화해협의회와 열린우리당이 정기적인 교류를 하기로 합의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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