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책공대 소장학자들 9월 美시러큐스大유학

  • 입력 2007년 3월 2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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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러큐스대가 2005년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김책공대생들에게 정보통신 영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 제공 시러큐스대
시러큐스대가 2005년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김책공대생들에게 정보통신 영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 제공 시러큐스대
“美배우자” 자본주의 심장으로

미국 뉴욕 주에 위치한 시러큐스대가 올해 9월 학기부터 북한의 명문 공대인 김책종합공대로부터 석사 이상의 소장학자 6명을 비(非)학위과정 유학생으로 받아들일 예정이라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이들은 3개월 동안 시러큐스대에 머물면서 전공 분야에 대한 연구와 함께 미국 대학 교육 시스템에 대한 연구 활동도 동시에 하게 된다. 시러큐스대는 올해부터 앞으로 5년 동안 이 같은 방식으로 김책공대로부터 해마다 6명의 유학생을 받을 예정이다.

미국 대학이 적대 국가인 북한의 소장학자들을 3개월간, 그것도 5년 동안 매년 초청해 받아들이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동안 거의 없다시피 했던 북한 학생의 미국 대학 유학이 본격화되는 시발점이다.

미국 대학에 재학 중인 북한 유학생에 대한 통계는 정확하지 않다. 미국 국제교육연구소(IIE)가 유학(F1)비자 발급 국적자 통계를 집계하지만, 이 통계에서 ‘북한 국적자’로 잡힌 유학생들은 국적이 북한인 일본의 총련계 교포이거나 미국 대학 초청을 받고 1주일 안팎의 일정으로 단기 방문한 사례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러큐스대의 사례처럼 북한 학자가 북한 당국과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 유학 목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미국 대학에서 공부하는 프로그램이 해마다 시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북한 유학생들은 시러큐스대에서 의사소통 능력 향상을 위한 영어 교육을 받는 한편 시러큐스대와 김책공대가 공동 프로젝트로 진행해 온 국제표준에 기반한 디지털 도서관 및 디지털 박물관 시스템을 개발하는 역할도 병행할 예정이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뉴욕에 있는 코리아소사이어티와 풀브라이트재단이 공동으로 참여한다.

북한 유학생 프로젝트를 책임진 스튜어트 소슨 시러큐스대 국제정치학 및 정치학과 교수는 “이번 교류는 철저히 비정치적인 성격을 띠는 것”이라며 “북한 학자들이 시러큐스대 생활을 통해 미국 대학에 대해 배우고, 시러큐스대도 북한 학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북한 사회에 대해 배우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프로젝트를 공동 진행하는 한종우 시러큐스대 교수도 “이번 프로그램의 궁극적인 목표는 미국 대학과 북한 대학 간의 바람직한 교류모델을 만들어 미국의 다른 대학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유학생들은 당분간 비학위과정으로 시러큐스대 생활을 시작하지만 프로그램의 진척 정도와 미국과 북한의 관계 개선에 따라 정식 학위과정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시러큐스대 측은 설명했다.

또 대부분의 미국 대학들이 해오고 있는 대학 주변의 지역사회 활동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이들이 시러큐스 지역에서 자원봉사활동 등에 직접 참여하면서 미국 사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현장 체험’을 통해 익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시러큐스대와 김책공대의 교류는 2001년 처음 시작됐다. 시러큐스대 관계자가 김책공대를 방문하고 김책공대 연구원들이 시러큐스대를 몇 차례 방문하는 등 상호방문을 통해 신뢰관계를 쌓아 왔다.

2005년에는 홍서헌 김책공대 총장이 시러큐스대를 방문해 디지털 도서관 및 쌍둥이 연구소 설립 등에 대한 공식 협력합의서에 서명하기도 했다.

시러큐스=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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