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메이커’ 작심했나

  • 입력 2007년 3월 2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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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盧대통령-DJ 잇단 선거 개입성 발언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선 관련 발언이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들의 대선 관련 발언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선거 개입의 소지는 없는지 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나아가 발언 차원을 넘어 행동으로 이어질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통령의 움직임은 지금부터”=노 대통령은 최근 잇따라 “대통령은 정치인이므로 정치적 중립을 지킬 의무가 없다” “(이번 대선에서) 정치를 아는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열린우리당 신임 지도부와의 만찬에선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면서 “(이 전 시장이 공약한) 한반도 대운하 건설이 현실적으로 타당한 것이냐”며 의구심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도 1일 기자들과 만나 “토목이 경제의 견인차 구실을 하던 시절은 지났다”고 말했다.

‘정치를 아는 대통령’ 발언 역시 이 전 시장을 겨냥했다는 관측과 달리 열린우리당 일각에선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염두에 둔 얘기”라는 해석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경기고, 서울대를 나온 기득권층인 데다 서울대 총장 시절 자신에게 대립각을 세운 정 전 총장을 범여권 후보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통령은 정무직 공무원으로 정당 가입 등 정치활동은 할 수 있다. 그러나 선거법 9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 규정에 따라 선거에 개입할 수 없다.

노 대통령의 대선 관련 언급은 특정 대선주자를 직접 거명하며 지지하거나 반대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선거법 위반이라고는 볼 수 없다는 게 중앙선관위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1월 25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열린우리당이 흔들리는데 저와 우리당을 결부하지 마시고 좀 도와주시면 좋겠다”고 한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그러나 선관위는 “2004년 탄핵소추 때는 의도를 갖고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기 때문에 선거법 위반 경고를 했다. 이번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말한 것이어서 애매하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대통령의 대선 관련 움직임은 지금부터”라는 얘기가 나온다. 역대 정권은 대선후보 선정 과정에서부터 정권 재창출을 위한 물밑 움직임을 벌여 왔다. 김 전 대통령 시절에도 대선을 앞두고 일주일에 한 번씩 비밀회의가 열렸다는 후문이다.

▽범여권 통합의 후견인?=김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논평에서 “정치 개입을 일절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한 달도 안돼 고향인 전남 목포시를 방문해 정치권의 시선을 끈 그는 이후 좀 더 적극적으로 반(反)한나라당 전선의 규합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해 12월 25일 민주당 지도부의 예방 때는 “민주당이 (열린우리당과) 갈라선 것은 큰 불행이었다. 이제 다시 또 결심할 때가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달 28일에는 천정배 의원 등 열린우리당 탈당그룹인 ‘민생정치준비모임’ 소속 의원들의 예방을 받고 “민생모임이 단일한 통합정당을 만들거나 최소한 선거연합을 이뤄내 단일한 (대통령) 후보를 내세우는 데 기여해야 할 것”이라고 훈수했다.

이를 놓고 범여권에 통합의 구심점이 없는 상황에서 김 전 대통령이 스스로 통합의 후견인을 자처하고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호남 표를 의식한 듯 김 전 대통령을 직접 비난하지는 않고 있다. 나경원 대변인은 “김 전 대통령이 사분오열된 범여권의 통합에 대해 언급했는데 범여권 통합은 국민 지지도가 50%를 넘는 정당(한나라당)에 반대만 하기 위한 이합집산”이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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