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盧대통령 ‘北비위 맞추기’ 線을 넘었다

  • 입력 2007년 2월 16일 2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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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그제 로마 방문 중 현지 동포들에게 베이징 6자회담 합의에 대해 설명하면서 “(북한이 달라는 대로) 우리가 다 주더라도 북핵 문제는 해결해야 된다. 결국은 남는 장사”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헤프다고 할까 봐 협상 팀에 그렇게 전달은 못했고, 국내에서도 용기가 없어 말은 못했지만 (그렇게) 간절히 기도했다”고도 했다.

이번 합의를 아무리 긍정적으로 평가하더라도 노 대통령의 발언은 너무 낙관적이고 가볍게 들린다. 당장 중유 제공 등의 부담만도 매년 650억 원이 넘고 이후 전력 200만 kW와 경수로 제공까지 감안하면 앞으로 10년간 10조 원 정도를 우리 국민이 감당해야 한다. 지난해 7월 이후 중단됐던 연간 50만 t의 쌀과 30만 t의 비료까지 지원하면 그 비용만도 해마다 3000억 원이다. 이것만 해도 매년 1조3000억 원이 넘는 돈인데 대통령은 무슨 수로 ‘달라는 대로 다 주겠다’는 것인가.

북이 실제로 핵을 완전히 폐기할지도 아직은 미덥지 않다. 합의를 밥 먹듯이 깨 온 북이다. 그때마다 우리는 줄 것 다 주고 뒤통수를 맞곤 했다. 이번 합의도 겨우 첫 단추를 끼운 것에 불과하고 ‘과거와 현재의 핵’을 폐기하는 문제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물질적 지원은 북이 핵의 불능화(不能化) 약속을 지킬 때 제공될 것”이라고 한 것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만 ‘더 많이 더 빨리’ 지원하지 못해 안달이 난 형국이다.

노 대통령의 공개적인 언급은 북에 요구 수준을 높이도록 부추기는 것이나 다름없어 ‘실리(實利)를 주고받는’ 협상의 기본에도 어긋난다. 이는 김정일 정권에는 큰 선물이 될지 몰라도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우리 국민에겐 짐을 더 무겁게 하는 행위다. 대통령이 그동안 국내 민생문제 해결에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섰더라면 서민들의 힘든 생활이 조금은 나아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북 장관급회담도 베이징 합의 이행 상황을 봐 가며 차분하게 추진해야 할 일이다. 이를 지나치게 서두르는 정부의 의도가 석연치 않다. ‘사전에 기획된 시나리오’라는 말까지 나온다. 대통령 정치특보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13일 개성공단을 방문한 것과 맞물려 노 정권이 대선의 국면 전환을 위한 남북 정상회담 성사에 다걸기(올인)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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