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남 농사’ 성공적 파종?

  • 입력 2007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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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장관급회담 개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15일 개성 자남산여관에서 만난 남북 당국 대표들이 회의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형호 통일부 국장, 이관세 통일부 정책홍보 본부장, 맹경일 조평통 서기국 부국장, 전종수 조평통 서기국 부장. 개성=사진공동취재단
남북 장관급회담 개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15일 개성 자남산여관에서 만난 남북 당국 대표들이 회의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형호 통일부 국장, 이관세 통일부 정책홍보 본부장, 맹경일 조평통 서기국 부국장, 전종수 조평통 서기국 부장. 개성=사진공동취재단
■ 남북 실무대표 접촉 40분만에 장관급회담 합의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대남 일꾼’들은 대남 사업을 그들만의 은어로 ‘농사’라고 부른다.

해마다 봄이면 남북 대화를 재개해 남측에서 지원받을 물품을 확보하고 하나 둘씩 걷어가는 것이 봄에 씨를 뿌리고 가을에 곡식을 거두는 농사와 같다는 의미다.

15일 개성에서 열린 남북 대표 접촉에서 제20차 남북 장관급회담을 27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열기로 합의한 것은 북한식 표현으로는 ‘성공적인 파종’에 해당할 것이다.

남측이 지원해 온 연평균 30만 t의 비료와 50만 t의 식량에 대한 인수를 사실상 예약한 셈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지난해 보류된 쌀과 비료에 대한 지원도 함께 요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남북 관계를 농사로 보는 북한=이날 남북 대표 간 환담에서 맹경일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은 남북 관계를 농사에 빗대어 보는 시각을 드러냈다.

“씨 뿌리는 계절인 봄이 오는데 올해 북남 관계가 풍성한 수확이 되도록 노력해 우리 구미에 맞는 종자를 잘 선택해서 뿌리자. 이번 접촉에서 설을 맞는 우리 겨레에게 설 선물을 주도록 노력하자.”

단순한 덕담이라기보다는 7개월 만에 재개된 남북 당국 간 대화를 통해 남측에서 얻어낼 경제적 실리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분명히 시사한 것이다.

▽40분 만에 전격 합의=남북은 이날 오전 30분과 오후 10분 등 불과 40분간의 대표 접촉을 통해 제20차 장관급회담 일정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냈다. 남측 대표인 이관세 통일부 정책홍보본부장은 “조속히 열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어 쉽게 합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이 이날 접촉에서 쌀과 비료의 지원 요청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소 연구원은 “쌀과 비료 지원에 대한 보장 없이 북한이 남측과의 당국 간 회담 개최에 합의한 전례는 전무하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이번 회담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10월 북한의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북핵 문제가 진전이 되면 대북지원을 하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혀 왔기 때문에 적극적인 대북 지원에 나설 것이 확실시된다.

고려대 북한학과 남성욱 교수는 “원칙은 남북 관계가 6자회담의 속도를 추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6자회담 합의문에서 정한 60일의 기한 안에 북측이 성실한 이행을 하는지 살펴보고 대북 지원에 나서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 여부도 관심사다. 2005년 6월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은 대통령 특사로 방북해 김 위원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정상회담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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