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된 경제상황이 부정적 보도로 나타나”

  • 입력 2007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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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부의 경기 부진 언론탓’ 근거 희박
언론인 출신 이완수 씨 박사 논문서 분석

경기 부진의 이유를 자주 ‘언론 탓’으로 돌리는 현 정부의 주장은 근거가 희박하다는 실증적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현 정부에서는 언론 보도로 경기가 나빠지기보다는 악화된 경제 여건이 부정적인 언론 보도를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나 일반적인 경향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본보가 11일 입수한 고려대 대학원 언론학과 박사학위 논문에 따르면 ‘언론이 경제를 나쁘게 보도해서 국민이 경제를 나쁘게 인식한 게 아니라, 국민의 부정적인 경제 평가가 기사 논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밝혀졌다.

‘뉴스·여론·현실 그리고 대통령 리더십의 역동적 의제설정 과정’이란 제목의 논문으로 이달 말 고려대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는 이완수(47) 씨는 헤럴드경제 국제부장과 청와대 출입기자 등을 지낸 전직 언론인으로 현재 고려대 언론학부에서 강의 중이다.

○ 부정적 여론이 언론 보도에 영향

논문에 따르면 조사대상 전체 기간(1998년 12월∼2005년 12월) 언론은 현재 경기에 대한 국민의 인식(소비자평가지수)과는 별 관계가 없었지만 미래의 경기에 대한 인식(소비자기대지수)에는 한 달간의 시차를 두고 영향을 줬다. 언론이 앞으로 경기가 안 좋아질 것이라고 보도하면 국민도 그렇게 느낀다는 것.

하지만 노무현 정부에서는 반대로 소비자평가·기대지수가 나빠지면 4개월 뒤에 부정적인 보도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오히려 국민의 부정적인 여론이 언론 보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씨는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현 정부가 줄곧 제기해 온 ‘미디어의 부정적인 경제 보도가 국민의 경제심리를 위축시켰다’는 주장이 적어도 이 연구만 놓고 보면 타당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 경기 좋아지면 긍정적 뉴스도 늘어

경제여론이 아닌 실제 경기와 언론의 상관관계도 마찬가지.

전체 조사대상 기간 부정적인 경제 뉴스가 늘어나면 약 3개월 뒤에 경기동행지수(현재의 경기 지표)가 악화됐다. 언론이 현재의 경기를 나쁘게 보도하면 실제로 경기가 안 좋아지는 ‘미디어 멜로디’ 효과가 발견된 것.

반면 현 정부에서는 경기가 나빠지면 부정적인 보도가 늘고, 경기가 좋아지면 긍정적 뉴스가 늘었다. 현재의 경제 상황이 1∼4개월의 시차를 두고 경제 뉴스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언론이 미래의 실제 경기(경기선행지수)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제한적이었다. 반면 경기선행지수가 악화되면 1∼4개월 뒤 부정적인 뉴스가 늘었다.

이 씨는 “언론은 경기선행지수가 나빠진 것으로 발표되면 그에 대한 기사를 쓰기 마련”이라며 “뉴스 미디어가 경제적 환경에 대한 ‘감시와 경고’ 기능을 충실히 이행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대중 정부에서의 경제 커뮤니케이션 구조는 미디어가 국민의 경제인식에 일방적 영향을 주기보다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순환적 관계였지만 현 정부에서는 ‘불황 심리→부정적 보도→경기 위축→불황 심리’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 4개 언론사 기사 2만2937건 분석

이번 논문은 한국 최초로 △경제 관련 언론 논조와 기사량 △통계청의 소비자기대·평가지수 △통계청의 경기선행·동행지수 △대통령 지지도를 바탕으로 경기 지표와 언론 보도의 관계를 실증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조사 기간은 1998년 12월∼2005년 12월이며 언론사 중 2개 종합지(동아일보와 조선일보)와 2개 방송(KBS, SBS)의 경제 관련 기사 2만2937건(신문은 종합면 1면, 방송은 저녁 종합뉴스)을 대상으로 했다.

▼경제위기와 관련한 노무현 대통령의 ‘언론 탓’ 발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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