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은 6자회담을 방패로 쓰고 있다”

  • 입력 2007년 2월 4일 23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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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방부 차관보를 지낸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6자회담을 핵개발 방패막이로 사용하는 게 북한의 전략”이라고 한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동북아 정세에 정통한 그는 그러면서 “지금은 햇볕정책보다 더 강력한 대북 봉쇄정책을 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8일의 6자회담 재개를 앞두고 우리 정부가 새겨들어야 할 충고다.

이번 회담의 전망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 동결 카드를 꺼내며 대가로 연간 50만 t의 중유나 상응하는 대체에너지 공급을 요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반도 비핵화 ‘초기단계’ 조치로 미국의 금융제재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등 상당한 대가를 바랄 것이라는 전망도 곁들였다. 북의 속셈을 짐작하게 하는 뉴스다. 북은 핵 프로그램(시설)과 핵무기를 분리하는 이중(二重) 협상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며, 핵 보유를 인정받고 각종 지원을 얻어 내기 위해 6자회담을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에 설득력이 있다.

나이 교수는 “한국과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지 않으면 시간은 북한 편”이라고 경고했다. 회담이 열려도 초기 이행조치를 놓고 양측이 이견(異見)을 보일 경우 회담은 소득 없이 끝날 가능성이 높고, 결국 시간만 끄는 가운데 북의 핵 보유가 기정사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라크 사태로 곤경에 빠진 미국 부시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바꿀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북의 핵 보유는 눈감아 주고 확산만 막는 쪽으로 북과 ‘타협’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럴 경우 우리는 미국을 다그쳐서라도 북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북을 회담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한미공조가 필요했다면, 이제는 북에 대한 미국의 핵 포기 압박이 중단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한미공조가 긴요한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제 미국 내 코리아소사이어티 창립 50주년 세미나에서는 “부시, 노무현 두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도 한미 간 상호 신뢰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래서는 6자회담이 계속 열린다고 해도 ‘북의 핵개발 방패막이용 회담’으로 굳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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