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지원 사업실태 조사”]美 강경파의 기획작품?

  • 입력 2007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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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개발계획(UNDP)의 대(對)북한 현금 지원에 미국 행정부가 문제의식을 갖게 된 것은 꽤 오래전부터다. 그러나 이 문제가 공론화된 방식과 시점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일 미국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지난주 UNDP의 대북 지원 문제가 갑자기 불거진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기획에 의한 작품’일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 보수매체인 월스트리트저널과 폭스뉴스는 19일(현지 시간) 새벽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의 측근이었던 마크 월러스 유엔 운영·개혁담당 대사가 UNDP에 보낸 편지를 거의 동시에 보도했다.

기사를 쓴 기자들도 모두 간부급. 월스트리트저널은 오피니언 페이지 담당 부편집자. 이 신문은 이날 사설에서도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폭스뉴스도 간부급 에디터가 기사를 썼다.

하루 전인 18일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선 공화당 간사인 일리애나 로스레티넌 의원이 UNDP와 같은 유엔 기구들을 통한 대북 현금 유입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월러스 대사가 UNDP 측에 공식 문제 제기를 한 것은 지난달 중순으로 알려졌다. 월러스 대사는 UNDP가 뉴욕 UNDP 이사회에 참석한 북한 관리에게 1만2000달러를 들여 비즈니스 클래스 비행기표를 끊어 준 사실까지 지적하며 조목조목 비판했고 UNDP는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북한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한 UNDP의 대북 현금(유로화) 지급 중단 조치는 북-미 베를린 회동 이후 ‘협상 진전’을 암시하는 발언들이 나오는 상황에서 나왔다. 6자회담장으로 가는 퇴로만 열어 놓은 채 북한을 전방위로 죄어가는 듯한 양상이다.

미국이 한편으로 미소를 짓고, 다른 편으론 매를 드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올 만하다.

그러나 워싱턴 소식통들은 “한 기획자가 동시에 사탕과 채찍을 사용한다기보다는 온건파와 강경파가 각자 자기 노선을 추구하며 경쟁하는 상황이라고 보는 게 옳다”고 설명했다.

UNDP는 북한 지원사업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자 3월 1일부터 현금 지급을 중단하고 대신 불가피한 경우 북한 화폐를 사용하기로 했다. 그동안 UNDP 자금이 모두 얼마나 북한에 지원됐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UNDP가 20일 공개한 지난 10년간 대북 지원예산 내용에 따르면 모두 5934만7000달러(약 556억 원)를 예산으로 배정했다. 하지만 실제로 집행된 금액은 2766만2000달러에 그쳤다.

UNDP는 유엔 기구 중 처음으로 1980년 평양에 사무소를 개설했으며, 평양사무소에는 유엔 파견 직원 4명과 현지 채용 북한인 직원 16명이 일하고 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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