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개헌안 發議 강행’ 소모戰 걱정스럽다

  • 입력 2007년 1월 17일 23시 29분


코멘트
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신문방송 편집·보도국장들을 만나 2월 중순경 헌법 개정안을 발의할 뜻을 밝혔다. 대통령은 “철회한다고 하면 웃기는 사람이 되니 혹시라도 오해 없기 바란다”는 말까지 했다.

대통령은 “개헌해서 안 된다는 논리에 설득되면 발의를 포기할 수도 있다”고 했지만 수사(修辭)에 불과함을 스스로 잘 보여 주고 있다. 대통령이 9일 개헌 제의를 한 뒤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비서관들이 일제히 홍보에 나섰는데도 70% 안팎의 여론은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는 반응이다. 국민 3분의 2의 민성(民聲)을 듣지 않는 대통령을 누가 설득할 수 있겠는가.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 역정을 거론하며 여론은 변하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남은 임기 1년이라도 민생경제 회복에 힘쓰고 국가적 분란(紛亂)을 만들지 말라는 것이 민심이다.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기는커녕 대세를 거스르는 개헌안 발의를 고집하는데 여론인들 극적으로 반전되겠는가.

야당이 반대하는 개헌안이 국회 재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 의결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결국 국회 표결이 예상되는 4월까지 국정의 주요 현안들은 뒤로 밀리고 소모적 정쟁(政爭)만 격화될 것이다. 국정 우선순위에 대한 대통령의 판단이 균형을 갖추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대통령은 작년에 개헌을 추진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지금(올해)이 가장 부담이 적은 시기”라고 했지만 어느 모로 보나 대선을 치르는 해는 개헌을 하기에 가장 부담이 큰 시기다. 원 포인트 개헌은 헌법학자들이 이 정부 초기부터 거론한 것이다. 대통령은 4년 동안 가만 있다가 대선을 앞두고 개헌안을 발의하는 데 대해 정략이 아니라고 하지만, 정국 주도권을 이어 가면서 정치집단 간 역학관계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의심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통령은 차기 정권에서도 개헌이 안 되면 지금 개헌에 반대한 사람들에 대해 책임을 집요하게 추궁하겠다고 밝혔다. 공감할 수 없는 말이다. 정권 말기의 개헌 시도가 실패로 끝나면 ‘타이밍을 잘못 잡고, 여론을 거스르는 무리(無理)로 국력을 낭비한’ 자신의 책임이 가장 크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