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기자들 기자실 죽치고 앉아 기사가공”

  • 입력 2007년 1월 17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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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기자 및 언론 비판 발언에 대해 보건복지부 담당 기자들은 16일 노 대통령의 사과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의 공식 해명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성명서는 “기사 작성에 있어 어떠한 담합도 없었으며 보도 자료를 가공했다는 지적도 잘못됐다”면서 “복지부의 보도 자료와 장관의 브리핑 과정에서 공식 제기된 사안을 기사에 충실히 반영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국가비전 2030에 부응하는 건강투자 전략’ 관련 기사의 작성 경위와 기자실 운영 실태와 큰 차이가 있다.

유 장관은 지난해 말 기자들과의 송년 만찬에서 “새해부터 국민건강증진 정책을 집중적으로 펼 계획”이라고 밝힌 데 이어 복지부는 유 장관이 15일 직접 브리핑을 한다고 밝혀 기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기자들은 15일 배포된 보도 자료를 검토했다. 이들은 임신부터 출산까지 국가가 나서는 토털 케어 시스템을 마련한다는 정책 구상에 관심을 가졌다. 이 자료에 담긴 다른 정책은 이미 발표된 ‘재탕’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청·장년기 근로계층지역산업 보건센터 신설’은 지난해 6월 16일 노동부가, ‘노인건강증진허브보건소 단계적 확대’와 ‘생애전환기 건강검진 강화’는 지난해 2월 5일과 8월 21일 복지부가 이미 발표한 것이다.

기자들은 새 뉴스에 관심을 갖고 취재 보도한다. 정부가 국방백서 등 수백 쪽에 이르는 자료를 내놓아도 기자들은 기사 가치가 있는 사안만 보도하는 게 언론의 오랜 전통이다.

기자들은 유 장관에게 임신부 대책의 구체안을 물었지만 명쾌한 답을 얻지 못했다. 본보 기자는 기사 송고실이 아닌 다른 곳에서 보건산업정책본부장, 보험연금정책본부장, 홍보관리관 등 고위 공무원들에게 전화해 구체안을 물었다. 이들은 ‘재원 조달 방법은 정해지지 않았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얼마나 지원할지도 결정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언론은 정부가 선언적으로 정책을 발표한 뒤 흐지부지된 적이 많아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따지게 된다. 노 대통령은 또 “기자실에서 보도 자료를 가공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복지부에는 기자실이 따로 없다. 정부과천청사에는 통합 브리핑실과 기사를 송고하는 ‘기사 송고실’만이 있을 뿐이다. 굵직한 발표가 있을 때를 제외하곤 기사 송고실에 있는 기자는 4, 5명에 불과하다. 기자들이 ‘죽치고 앉아’ 있지도 않아 수십 개 매체가 기사를 담합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노 대통령이 복지부의 정책 내용을 제대로 보고받았는지도 의문이다. 노 대통령에게 보고한 유 장관은 “몇 가지 아이템이라도 해 보겠다고 보고했다”면서 “일단 정책 추진동력으로 판단해 발표했다”고 말했다. 유 장관도 자신이 발표한 정책 전부의 실현 가능성을 확신하지는 않은 듯하다.

한편 윤승용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대통령이 보건복지 담당 기자들의 보도 태도에 대해 언급한 것은 최근 정부 정책에 관해 일부 언론이 ‘대선용’ 등으로 폄훼하는 데 대한 적절한 예를 들기 위한 것”이라며 “기자들 모두가 획일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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