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어부 최욱일씨 귀환…31년만에 불러보는 “아들아”

  • 입력 2007년 1월 17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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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눈물의 재회31년 만에 북한을 탈출한 납북어부 최욱일 씨가 16일 오후 4시 40분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부인 양정자 씨를 만나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인천=강병기 기자
“여보…” 눈물의 재회
31년 만에 북한을 탈출한 납북어부 최욱일 씨가 16일 오후 4시 40분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부인 양정자 씨를 만나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인천=강병기 기자
1975년 동해에서 납북된 오징어잡이배 ‘천왕호’ 사무장 최욱일(67) 씨가 16일 31년 만에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환했다. 중국의 선양(瀋陽) 한국총영사관이 중국 측으로부터 신병을 인도받은 지 12일 만이다.

최 씨는 이날 태극기를 흔들며 입국장에 들어선 뒤 부인 양정자(66) 씨와 두 딸, 막내아들과 감격의 상봉을 했다. 최 씨의 딸과 아들들은 입국장에서 큰절을 올리며 상봉의 기쁨을 나눴다. 이를 지켜보던 다른 여행객들은 박수를 치며 최 씨를 환영했다.

최 씨는 “30년 이상 떨어져 있던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있어 기쁜 마음 한량없다”고 말했다. 부인 양 씨는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남편이 이렇게 살아 돌아와서 너무 기쁘다”며 “남편의 귀환을 도와준 한국 정부와 탈북자단체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최 씨는 이어 “31년 만에 대한민국 국민으로 다시 받아준 데 대해 감사드린다”며 “북에선 (납북자여서) 보위부의 감시가 심했고 죽도록 일을 해도 풀뿌리를 캐먹어야 할 정도로 못 먹고 못 입었다”고 말했다.

최 씨는 납북 후 함경북도 김책시에서 농장원으로 일하며 1979년 북한 여성과 결혼해 1남 1녀를 뒀다. 그러나 철저히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하다 남측 가족과 연락이 닿게 되자 지난달 25일 탈북해 31일 중국으로 찾아온 부인 양 씨를 만났다. 이어 중국 선양 한국총영사관의 보호를 받으며 한국으로의 귀환을 위해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최 씨가 선양 총영사관 측에 처음 도움을 요청했을 때 영사관 직원이 수차례 전화를 돌리고, 휴대전화번호를 알게 된 경위를 캐묻는 등 박대를 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이와 관련해 외교통상부는 선양총영사관에 기관경고 조치를 내렸다. 또 담당 행정원을 해고하고 담당영사를 경고했다고 밝혔다.

최 씨는 탈출 과정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이마를 여덟 바늘 꿰맸으나 현재 건강에는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는 탈북자 조사기관에서 10여 일 동안 조사를 받은 뒤 가족과 함께 지낼 예정이다.

최 씨의 탈북을 도운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는 “최 씨가 탈북 10여 일 만에 안전하게 귀환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앞으로 납북자와 국군포로의 탈북이 계속될 것인 만큼 이들의 조속하고 안전한 송환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조중표 외교부 제1차관은 “최 씨의 조속한 송환을 위해 중국 측과 긴밀히 협의했으며 앞으로도 (납북자) 가족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함께 나누면서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천왕호 사건은 1975년 고기잡이 중 납북… 선원 20여 명 北에 생존

1975년 8월 8일 강원도 주문진항을 출발해 어로작업을 하던 천왕호가 기관 고장으로 표류하다 북한경비정에 나포된 사건.

33명의 선원 중 20여 명이 북한에 생존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을 탈출해 한국으로 돌아온 선원은 2005년 고명섭(64) 씨와 최욱일 씨 등 2명뿐이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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