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이달말 재개 가능성…北-美 ‘크게 주고 받기’ 교감?

  • 입력 2007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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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무부가 6자회담의 1월 말 재개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과 관련해 북한을 회담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파격적 제안’을 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제안에 북이 비공개적으로 긍정적인 ‘신호(signal)’를 보내지 않았다면 미국이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전망할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워싱턴에서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마치고 7일 귀국한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이 “(지난해) 6자회담 9·19공동성명의 초기단계 이행조치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양국은 추가적으로 (북한에 대한) 광범위한 조치를 탄력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데 합의했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도 5일 송 장관과 회담한 후 “북한이 한층 더 건설적인 자세로 회담에 복귀할 준비가 돼 있다면 다음 회담은 ‘꽤 이른 시기에(fairly soon)’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원하는 것 반영”=송 장관은 이날 ‘추가적인’ 조치와 관련해 “북한이 원하는 것들을 반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에 앞서 1일 “미국의 제안은 쉽게 말해 크게 주고 크게 받는 방식을 취하자는 것”이라며 “북한의 6자회담 대표가 베이징(北京)에서 소화하기엔 너무 크다”고 말해 지난해 12월 5차 2단계 6자회담에서 제안한 것 이상의 ‘큰 것’이 있음을 시사했다.

당시 미국은 북한에 △영변 5MW 원자로 가동 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핵프로그램 신고 △핵실험장 폐쇄 등을 요구하고 그 대가로 북에 대한 서면 안전보장과 경제 및 에너지 지원 등 ‘상응조치’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은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예치된 자금의 동결 해제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핵 동결의 대가로 경수로 및 200만 kW의 전력 부족분을 대체할 에너지 제공에 더 큰 관심을 표명했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할 때 미국은 북한이 원하는 경수로 및 에너지 제공, 교역 투자분야에서의 경제협력, 식량과 비료 등 인도적 지원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고 핵 폐기 결단을 거듭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6·25전쟁 종전 선언의 구체적 제안 가능성=일각에서는 지난해 11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언급한 6·25전쟁 종전(終戰) 선언을 통해 북-미관계 정상화의 첫 단계에 해당하는 조치를 이행하는 방안을 미국이 제안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또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의 철회 차원에서 평양과 워싱턴에 상호 연락사무소를 설치하자고 제안했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과 북한은 1994년 제네바 합의 때 양국의 관계정상화를 위해 ‘통신·금융 거래 및 무역·투자 제한을 완화시킨 뒤 쌍방의 수도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하기로 한 바 있다.

북한이 핵 폐기 의지를 보일 경우엔 미국이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잠정 평화협정’ 체결을 수용할 개연성도 있다. 북한은 1998년 ‘잠정협정안’을 내놓고 정전협정의 감독임무를 맡아온 군사정전위원회를 대신해 ‘남-북-미 3자 공동안보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이 같은 제안들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등 미 고위 인사가 방북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하지만 북한이 아직 6자회담 속개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에 비춰볼 때 미국의 ‘당근’이 그리 매력적인 게 아닐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지난 6자회담에서 미국 측의 제안이 북한으로 하여금 모종의 결단을 내리게 할 정도의 내용은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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