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신앙인으로서 속인일 없다"

  • 입력 2007년 1월 4일 11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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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대법원장은 자신이 변호사 시절 수임료 5000만 원의 신고를 누락한 것과 관련해 4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세무사 사무실에 낸 수임명세서에는 자문료로 받은 30만 원까지 다 적어 넣었다"며 "신앙인으로서 속인 일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 대법원장은 2003년 4월 미국 증권사 골드만삭스가 ㈜진로를 법정관리 신청한 사건을 수임해 8차례에 걸쳐 2억5000만 원을 받았으며, 이 중 5000만 원을 세무당국에 신고하는 과정에서 누락했다. 이 대법원장은 사실을 확인한 3일 관할 세무서에 종합소득세 등 2771만 원을 뒤늦게 납부했다.

이 대법원장은 세금 납부 이후에도 신고 누락 파문이 가라앉지 않자 4일 대법원 출근 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내가 어떻게 돈을 관리했는지 궁금하면 통장을 공개할 수도 있다"며 "세무사가 (수임명세를) 옮겨 적는 과정에서 누락되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10원이라도 탈세했다면 직(職)을 버리겠다"고 발언했던 데 대해서는 "그때까지는 (누락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속인 일이 없기 때문에 8번에 걸쳐서 돈 받은 명세서를 다 (언론사에) 줬다"며 "명세서가 잘못 된 걸 알았다면 그걸 넘겨 줄 리가 있었겠느냐"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대법원장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변호사 시절 수임료를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산발적으로 제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 대법원장은 이미 지난해 11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입 사건 수사 때 변호사 시절 수임 사건과 관련해 논란을 빚었다.

당시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법원이 잇따라 기각하자 검찰 일각에서는 이 대법원장이 변호사 시절 론스타가 인수한 외환은행이 극동도시가스를 상대로 낸 320억 원대의 어음금 청구소송을 수임했던 영향을 받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제기했던 것.

이 대법원장은 또 18일 항소심 선고가 예정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일가의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증여 사건 1심 때도 변호사로 참여해 "전환사채 저가 발행은 배임이 안 된다"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법조계는 "단순 실수"라는 이 대법원장의 설명에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검찰은 '자칫 오해받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한 듯 이번 일에 대한 언급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세금을 많이 내다보면 실수해서 누락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단순 신고 누락은 처벌 대상이 안 되고 세금 추징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한변호사협회는 4일 논평을 내고 "탈세인지 과오에 의한 신고 누락인지 분간이 어렵다"며 "신고누락이라는 변명을 수용한다 해도 과연 이 같은 거액의 신고 누락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대법원장이) 5년 동안 472건을 수임해 60억 원을 벌었고 이 중 23억 원을 세금으로 냈는데 1건이 누락됐다면 오히려 청렴한 것 아니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조용우기자 woogija@donga.com

전지성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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