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 “남은 독재자들 많은 생각하게 될 것”

  • 입력 2007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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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로 독재자의 말로다. 국민을 모독하는 자의 운명이 어떤 것인지를 전 세계의 독재자들에게 보여 주는 본보기가 될 것이다.”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사형 소식을 전한 미국 워싱턴포스트 1면 머리기사는 한 이라크 시민의 입을 빌려 이같이 전했다.

많은 서방 언론은 비디오로 촬영돼 전 세계에 생생히 전달된 후세인의 마지막 순간이 세계 곳곳의 독재자들에게 ‘많은 생각’을 가져올 것이라고 논평했다. 특히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름이 여러 곳에서 등장했다.

뉴스위크는 인터넷 최신판에서 “후세인은 단순한 독재자가 아니라 소련의 스탈린, 북한의 김정일에 비견되는, 현대사에서 가장 잔인하고 부패하며 폭력적인 정권을 만든 장본인”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도 사설에서 “후세인은 ‘김정일을 제외하곤’ 손에 피를 가장 많이 묻힌 독재자일 것”이라고 표현했다.

미 행정부는 그동안 미국과 다른 나라의 긴장이 높아질 때마다 김 위원장이 민감하게 반응해 온 것으로 분석한다. 김 위원장은 이라크전쟁 직전인 2003년 2월 중순부터 전세가 거의 확정된 4월 초까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미 정보당국에선 당시 위협을 느낀 김 위원장이 벙커에서 은둔한 것으로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1990년대 후반 비밀리에 핵무기 프로그램을 재개할 때까지도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협상용과 핵보유국이 되려는 야심 사이에서 저울질을 해 왔으나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지켜보면서 핵 보유 자체를 목표로 굳혔다고 미 행정부는 본다.

워싱턴의 소식통은 “미국의 후세인 신병 처리 방식은 앞으로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경우 적용될 선례가 될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미국 내 강경그룹들이 거론하는 이른바 ‘불량국가’들의 지도자들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군사력 또는 영향력을 행사해 독재자를 축출할 경우 새로 들어선 정부에 신병을 넘겨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처벌하게 하는 방식이 정착될 것이란 전망이다.

자국민들에 의해 전격적으로 처형됐다는 점에서 이번 후세인의 교수형 집행은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루마니아 대통령의 최후를 떠올리게 한다. 25년간 루마니아를 철권통치하며 김일성 북한 주석과 우상화 경쟁을 벌였던 차우셰스쿠는 1989년 12월 민중봉기로 축출돼 군사법정에서 사형선고를 받자마자 성탄절에 아내와 함께 전격 총살됐다.

2006년에도 여러 독재자가 저승으로 향했다. 칠레의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 대통령이 12월 10일 심장질환으로 사망했고, 앞서 3월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연방 대통령이 국제전범재판소에서 재판을 받던 중 옥사했다.

그러나 김일성 북한 주석, 마오쩌둥(毛澤東) 전 중국 국가주석처럼 현직에서 천수를 누리다 숨진 독재자도 적지 않다. “독재자는 최후에 몰락하기 마련”이라는 마하트마 간디의 말이 현실에서는 반드시 실현되지 않는 것일까….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20, 21세기 주요 독재자들의 최후

▽현직에서 노환 또는 질병으로 사망

△이오시프 스탈린(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뇌출혈로 급사. 독살설도 있음)

△프란시스코 프랑코(스페인 총통-심장질환으로 83세에 사망) △마오쩌둥(중국) △김일성(북한)

▽처형 또는 피살

△베니토 무솔리니(이탈리아-달아나다 빨치산에 의해 처형) △니콜라에 차우셰스쿠(루마니아-민중봉기로 축출된 직후 군사재판 받고 총살)

▽외국군에 체포

△마누엘 노리에가(파나마-1989년 미군에 압송돼 40년형을 선고받고 마이애미에서 복역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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