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북한 몇시인가]<1>체제-6자회담 어떻게 될까

  • 입력 2007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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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미사일을 발사하고 10월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은 강성대국의 여명이 밝아 오고 있다며 2006년을 ‘승리의 해’로 규정했다. 핵을 보유한 북한은 그들의 주장대로 안전해졌을까. 지난해 12월 30일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사형 전격 집행 소식을 접하고 불안감을 느꼈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체제는 공고한 것일까.

본보는 2007년 북한의 모습을 그려보기 위해 △외교(Diplomacy) △북한체제와 후계(Intelligence & Information) △군사(Military) △경제(Economy) 등 4개 분야(D·I·M·E)에서 국내 전문가 30명, 국외 전문가 20명 등 모두 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했다.

DIME 모델은 한 국가의 국력을 구성하는 4대 요소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해당 국가의 체제 안정성과 변화 전망을 살펴보는 데 사용되는 일반적인 기법이다.

조사의 객관성을 위해 분야별로 보수와 진보성향의 학자를 안배했고, 국외에서도 미국 7명, 일본 5명, 중국 4명, 러시아 3명, 프랑스 1명을 선정해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실시했다.》

국내외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실각이나 사망에 의해 10년 안에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 북한은 체제 붕괴 위기에 직면할 경우 한국에 대한 군사적 도발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으며 핵을 사용할 경우 그 대상국은 한국이 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도 적지 않았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북한 체제가 상당한 정도의 내구성을 가지고 있으며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지도 체제가 견고해 조기 붕괴보다는 장기 존속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현 정부 대북 포용정책의 전제와는 상반된 것이다.

▽‘10년 내 급변사태 발생’=국내 전문가 8명과 국외 전문가 7명 등 15명이 응답한 북한 체제와 후계 구도 관련 설문조사에서는 3명을 제외한 12명(80%)이 10년 이내에 북한에 급변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12명 중 7명은 5∼10년, 나머지 5명은 1∼5년이라고 답했다.

또한 급변사태 촉발의 계기를 묻는 질문에는 13명(86%)이 ‘북한 사회 내부의 불안정성 증대로 인한 김정일의 실각 또는 김정일의 자연사’를 꼽았다.

북한의 후계 구도와 관련해서는 김 위원장의 차남인 김정철을 후계자로 지목한 전문가(5명)와 ‘3대 세습은 불가능하다’고 답한 전문가(6명)의 수가 비슷했다. 3대 세습이 불가능할 경우 북한의 지도 체제는 ‘군부에 의한 집단지도 체제’가 될 것으로 내다본 전문가가 9명으로 다수였다.

▽‘한국에 대한 군사 도발 가능성 있다’=13명이 응답한 군사 분야 설문조사에서는 10명(77%)이 6자회담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이 어려워지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압력이 본격화할 경우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또한 전문가 11명(84.6%)은 북한이 내·외부적 요인으로 체제 붕괴 상황에 직면할 경우 한국에 대해 군사적 도발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군사적 도발은 추가 핵실험이나 미사일 추가 발사(5명),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비롯한 해상의 국지적 도발(4명)의 형태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북한이 핵을 사용한다고 가정할 경우 그 대상국은 한국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 전문가가 7명으로 절반이 넘었다.

▽‘핵보유국 지위 추구’=외교 분야에서는 조사 대상자 11명 중 8명(72.7%)이 북한이 핵 포기보다는 핵보유국 지위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6자회담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 전망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5명이 6자회담이 지속되기는 하겠지만 어떤 경우에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답해 6자회담 틀의 유용성에 의문을 나타냈다.

이 밖에 9명의 전문가가 답한 경제 분야에서는 6명의 전문가가 대북 제재가 진행되더라도 북한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7명의 전문가는 대북 제재 등의 강화로 ‘제2의 고난의 행군’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지만 1990년대 중반의 ‘고난의 행군’보다 심각한 경제난을 겪지는 않을 것으로 보았다.

그 이유로는 한국과 중국의 계속적인 지원(4명)을 꼽은 전문가가 고난의 행군을 경험한 북한 체제의 내구성(2명), 대북 제재의 불안정성(2명)을 지적한 전문가보다 상대적으로 많았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국내외 전문가 일부항목 시각차

‘2007년 북한 대진단’ 설문에 답한 국내 전문가와 국외 전문가들 사이에는 일부 견해차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북한 핵문제의 외교적 해결 수단으로 수년간 지속되고 있는 6자회담이 계속될 것인 지에 대해 국외 전문가들은 국내 전문가와 달리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국외 전문가 4명 가운데 3명이 ‘6자회담이 중간에 깨지고 핵문제 해결도 불가능해진다’고 내다본 것. 이에 반해 국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는 대체로 동의했으나 6명 가운데 4명은 6자회담이 계속될 것으로 봤다.

또 국외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무기를 고집할 경우 미국이 군사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아 국내 전문가들과 차이를 보였다. ‘어떤 계기로 북한의 급변사태가 촉발될 수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국외 전문가 7명 가운데 2명이 미국의 군사적 대응을 꼽았다. 반면 국내 전문가 8명 가운데 북한의 급변사태 촉발 계기로 미국의 군사적 대응을 꼽은 전문가는 한 명도 없었다.

‘북한이 장래에 어떤 나라와 친밀한 관계를 맺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국내 전문가들은 중국과 미국을 꼽은 데 반해 국외 전문가들은 한 명도 미국을 꼽지 않았다. 이 같은 결과는 국외 전문가들이 상대적으로 북핵 문제 해결을 통한 북-미 관계 정상화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것.

북한의 후계 구도에 대한 답변에서는 국내 전문가 대다수가 3대 세습이 불가능하다고 응답해 북한 체제에 혼란이 올 것으로 예상한 반면 국외 전문가들은 대부분 3대 세습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도움준 국내외 전문가

◆북한 체제와 후계 구도

▽국내(8명)=고유환(동국대 교수) 김영수(서강대 교수) 김창수(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백학순(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조성렬(국제문제조사연구소 기획실장) 제성호(중앙대 교수) 허문영(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국외(8명)=켄 고스(미국 해군전략연구소 국제지도자리더십연구팀장) 데이비드 스트로브(전 미국 국무부 한국과장) 선딩리(沈丁立·중국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소 상무부소장) 스인훙(時殷弘·중국 런민대 교수) 장롄구이(張璉괴·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교수) 주펑(朱鋒·중국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스즈키 노리유키(鈴木典幸·일본 라디오프레스 이사) 시게무라 도시미쓰(重村智計·일본 와세다대 교수)

◆군사

▽국내(10명)=김연수(국방대 교수) 김태우(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희상(전 대통령국방보좌관) 박승춘(전 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장) 백승주(국방연구원 북한정책실장) 신일순(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안찬일(건국대 교수) 유동렬(치안정책연구소 안보대책연구실 연구관) 장명순(한국해양전략문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함택영(북한대학원대 교수)

▽국외(3명)=브루스 벡톨(미국 해병대 참모대 교수) 오가와 가즈히사(小川和久·군사저널리스트) 바실리 미헤예프(러시아 세계경제 및 국제관계연구소 아시아태평양센터 소장)

◆외교

▽국내(6명)=강성윤(동국대 교수) 김근식(경남대 교수) 김성한(외교안보연구원 미주연구부장) 김태효(성균관대 교수) 유호열(고려대 교수) 이상현(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

▽국외(5명)=데이비드 스타인버그(미국 조지타운대 동북아연구소장) 요시다 야스히코(吉田康彦·일본 오사카 경제법과대 객원교수) 다닐 코비야코프(러시아 정치문제연구소 국장) 이반 사프란추크(러시아 국방정보센터 국장) 발레리 니케(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 아시아센터 국장)

◆경제

▽국내(6명)=고일동(한국개발연구원 북한경제팀장) 남성욱(고려대 교수) 동용승(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 양문수(북한대학원대 교수) 이영현(한국은행 동북아경제연구실 과장) 조명철(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국외(4명)=래리 닉시(미국 의회조사국 선임연구원) 스콧 스나이더(미국 아시아재단 선임연구원) 마커스 놀랜드(미국 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일본 와세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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