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사장, 정권 입맛대로?

  • 입력 2006년 12월 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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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선 과정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KBS, MBC, EBS 등 3대 공영방송사 사장 임명 절차가 앞으로는 최소한의 견제 장치조차 없이 진행될 공산이 크다. 국무조정실은 5일 현행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를 통합한 대통령 직속 방송통신위원회를 설립하고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5명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6일자 관보에 게재해 입법 예고했다. 정부는 이달 중 국회에 법안을 제출하고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킬 예정이다.》

▽독립성 훼손 우려=이 제정안에 따르면 위원장(장관급) 1명, 부위원장(차관급) 2명, 상임위원 2명 등 5명의 위원회 위원은 모두 정무직으로 기존 부처의 장차관처럼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게 된다.

문제는 통합에 따라 현 방송위원회가 가진 KBS, MBC, EBS 사장 및 이사, 감사에 대한 추천, 선임, 임명권이 모두 ‘방송통신위원회’로 넘어간다는 점. 선임 절차는 종전과 동일하지만 기존 방송위원회와는 달리 방송통신위원회의 인적 구성에 국회가 배제돼 앞으로는 최소한의 반대 의견조차 내지 못하게 된 셈이다.

현 방송위원회는 위원 9명을 대통령 선임 3명, 국회 추천 6명(교섭단체 추천 3명, 문화관광위원회 추천 3명)으로 구성해 여야 나눠먹기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이들이 방송사 사장, 이사 선임 과정에서 최소한의 견제 역할을 해왔다.

신설될 방송통신위원회는 KBS 사장 임명제청권을 가진 KBS 이사 전원(11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KBS 감사(1명)를 이사회의 제청을 받아 임명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또 MBC 사장을 선임하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전원(9명), EBS 사장과 이사 전원(9명)에 대한 임명권도 행사하게 된다.

이 제정안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의 임기는 기존 방송위원과 마찬가지로 3년이지만 사실상 지켜지기 힘들다는 게 방송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방송위원회 관계자는 “검찰총장과 경찰청장도 임기가 보장돼 있지만 사실상 정권의 입김 때문에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방송위원회 관계자는 “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직접 임명보다 대의기관인 국회가 선임에 관여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윤식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위원 5명을 모두 대통령이 임명하면 위원회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기 어렵고 위원회의 정파성이 공영방송 체제에 그대로 옮겨가게 된다”며 “국회 등 견제기관의 추천 절차를 도입해 합의제 기구라는 취지를 살리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무늬만 통합 기구=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과 정보통신 기본계획 수립 △사업자 간 분쟁 조정 △방송 프로그램 및 방송 광고의 운용 편성 △우정제도 등 정통부와 방송위의 기존 업무를 분리해 수행한다.

방송 프로그램 심의는 방송위원회의 프로그램 심의 기능과 정보통신윤리위원회를 합쳐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민간 기구를 별도로 설립해 맡도록 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를 방송과 정보통신 부문으로 분리해 그대로 수행하도록 한 것은 매체 융합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조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현행 방송법과 마찬가지로 방송영상정책은 문화부와 합의하고, 방송시장 경쟁 촉진 업무는 공정거래위원장의 의견을 듣도록 해 부처 간 권한 중복이 가져올 정책 혼선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받는다.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 지원단 임종순 부단장은 “통합기구 설립이 우선이기 때문에 관계 부처의 의견을 모두 반영할 수는 없다”며 “기능 중복 문제는 융합추진위가 추후 논의를 거쳐 사업과 관련된 개별법에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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