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지금 어디에]탄핵으로 연 새벽, 레임덕과 함께 저무나

  • 입력 2006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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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후의 변신’ 1980년대 386세대 운동권 대학생들은 민주화운동 등을 주도하면서 동질성을 형성했다. 노무현 정부 출범 후 이들 중 상당수가 권력 핵심부에 대거 진입했다. 1987년 386세대가 주축이 돼 치른 연세대생 이한열 군 영결식(위)과 열린우리당 소속 386세대 초재선 의원 모임인 ‘국가 발전을 위한 새로운 모색’ 회원들. 동아일보 자료 사진
‘19년 후의 변신’
1980년대 386세대 운동권 대학생들은 민주화운동 등을 주도하면서 동질성을 형성했다. 노무현 정부 출범 후 이들 중 상당수가 권력 핵심부에 대거 진입했다. 1987년 386세대가 주축이 돼 치른 연세대생 이한열 군 영결식(위)과 열린우리당 소속 386세대 초재선 의원 모임인 ‘국가 발전을 위한 새로운 모색’ 회원들. 동아일보 자료 사진
1986년 12월 16일 부산 미국문화원.

부산대 자민투(반미자주화 반파쇼민주화 투쟁위원회) 소속 학생 15명이 ‘광주학살 책임지고 미 제국주의 물러나라’ ‘전두환을 지지하는 미국 정부는 한국 국민에게 사과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점거를 시도했다.

현장에서 연행됐던 부산대 행정학과 동기인 허성무 정동수 씨는 20년이 흐른 지금 청와대에서 각각 민원·제도혁신비서관과 경제정책수석실 행정관으로 함께 근무하고 있다. 당시 허 씨의 변호를 맡았던 사람이 바로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다.

○ 여권의 386 네트워크

청와대 386 참모들 중에는 민주화 운동을 함께 했던 이들이 여럿 있다. 청와대 386들은 열린우리당 386 의원, 보좌진, 당직자 등과도 이리저리 횡적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다.

386 운동권은 2002년 대선을 거치며 정치적 파워집단으로 급성장했다. 386 운동권은 학생운동 경험에서 체득한 대중 장악 능력 등을 바탕으로 ‘효순이 미선이 사건’을 이슈화하는 등 노무현 후보 당선에 앞장섰다. 노무현 캠프에 참여했던 386들은 현 정부 출범 후 대거 권부의 핵심에 들어갔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젊은 피 수혈 차원에서 15대 총선 때 서울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김민석 전 의원, 16대 총선 때 한양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임종석 의원 등 운동권 스타를 개별 영입하긴 했지만 노무현 정부 들어서는 386이 집단적 조직적으로 청와대 참모진이나 여당에 합류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의 한 386 당직자는 “현 정부의 정책을 좌지우지하고 농단한다는 비판을 받는 청와대 386 참모진의 일부는 사실 운동권의 메인스트림(주류)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동업자’라고 지칭해 ‘좌(左)희정 우(右)광재’로 불리는 이광재(연세대 83학번) 의원과 안희정(고려대 83학번) 씨도 1980년대 운동권에서 함운경(서울대 삼민투 위원장·82학번) 씨, 고려대 학생회장 출신인 이인영(84학번) 의원, 연세대 학생회장 출신인 우상호(81학번) 의원과 같은 스타의 그늘에 가려 있었다.

청와대에 입성한 386 중에는 부산 경남 출신이 많다. 민주당 시절 ‘부산대 총학생회장 출신 지구당위원장 3인방’으로 주가가 높았던 정윤재(83학번) 대통령의전비서관, 최인호(85학번) 대통령국내언론비서관, 송인배(88학번)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 등이 그들이다. 그러나 이들 ‘지역 386’의 네트워킹이 대통령을 보좌하기에는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386 운동권은 2004년 총선 때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여의도에 대거 입성했다. 특히 386 운동권 출신 중에서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에서 활동했던 인사만 12명이 금배지를 달았다. 이인영 우상호 김태년(경희대 총학생회장), 최재성(동국대 총학생회장), 백원우(고려대 부총학생회장), 정청래(건국대 조국통일위원장), 이기우(성균관대 총학생회장), 한병도(원광대 총학생회장) 의원 등이 그들이다.

탄핵 바람에 힘입어 당선된 386 초선 의원 중 일부는 전문성 부족과 폐쇄적 태도로 인해 비판을 받기도 한다.

노무현 정부 초반에 청와대에 들어갔다가 총선 출마를 위해 그만두고 나온 386 운동권은 희비가 엇갈렸다. 이광재 백원우 의원 등이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으나 연세대 재학 시절 민족해방(NL) 계열의 구국학생연맹 가입 등으로 구속된 전력이 있는 김만수 전 청와대 대변인은 경기 부천소사에서 출마했으나 고배를 들었다. 김 전 대변인은 윤태영(연세대 79학번) 청와대 대변인, 천호선(연세대 82학번) 전 의전비서관 등과 가깝다.

열린우리당 당직자 중에도 386 운동권이 상당수 포진해 있는데, 주로 운동권의 대선배인 김근태 의장 주변에 많다.

유은혜(성균관대 81학번) 부대변인, 당의장 비서실의 윤천원(서울대 82학번) 차장, 기동민(성균관대 85학번), 김종천(한양대 87학번), 김원이(성균관대 87학번) 보좌관 등이다. 성균관대 운동권 출신이 많다. 현재 김 의장 보좌관 출신으로 청와대에서 일하고 있는 김현수 사회조정팀 행정관도 성균관대 80학번이다.

한편 여권 386 중에는 몇 차례 쓴잔을 마신 ‘운동권 스타’도 있다.

1985년 고려대 총학생회장인 허인회 전 열린우리당 청년위원장은 2000년 16대, 2001년 10·25 재선거, 2004년 17대 총선에 출마했지만 매번 낙선했다.

허 씨와 함께 서울 미 문화원 점거 농성 사건을 주도한 함운경 씨도 잘 풀리지 않은 여권 386이다.

○ 한나라당의 386

한나라당 386의 뿌리는 김영삼 정부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이회창 전 총재가 2000년 총선 당시 영입한 원희룡(서울대 82학번) 의원, 성균관대 총학생회장과 삼민투위원장을 지낸 고진화(82학번) 의원,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의 정태근(82학번)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이 대표 인물이다. 17대 총선에서는 부산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이성권(88학번) 의원이 합류했다.

이들 외에도 적지 않은 386 운동권 출신이 한나라당에 발을 들여놓았지만 빛을 보지 못했다. 한나라당의 386들이 현실을 적극 수용하는 ‘반(反) 주사파’ 출신으로 이념성이 없다곤 하지만 이들이 설 자리는 여전히 좁다.

한나라당의 386들은 지방자치단체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대표, 손학규 전 경기지사 캠프에 주로 흩어져 있다. 이들은 여권의 386이 노무현 대통령을 만든 것처럼 한나라당에서 자신들의 시대가 오기를 꿈꾸고 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 ‘사상 전환’ 386들

“北체제 실상 깨닫고…” 주사파서 뉴라이트로

“북한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었다. 북한 식량난과 탈북자를 보면서 북한의 실상을 알게 됐고, 통일 운동을 하면서 북한이 얼마나 독선적이고 남한의 통일 운동을 자신의 부속품 정도로 여기는지를 깨닫게 됐다.”

이른바 새로운 보수를 지향하는 뉴라이트 단체인 자유주의연대 홍진표(서울대 83학번) 집행위원장은 자신의 사상 전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때 서울대 구국학생연합에서 활동한 민족해방(NL)계열 핵심이었다. 국가보안법(2번)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1번) 위반으로 3번이나 투옥된 전력이 있다.

386 운동권 출신 중에는 홍 위원장처럼 과거 주사파였다가 공개적으로 사상 전환을 선언하고 뉴라이트 운동에 나선 이들이 있다.

그 중심에 ‘강철서신’으로 유명한 김영환 ‘시대정신’ 편집위원이 있다. 서울대 법대 82학번인 그는 강철이란 필명으로 1980년대 주체사상을 학생운동권에 확산시킨 ‘원조 주사파’다. 그는 1991년 북한 잠수정을 타고 북한으로 가 김일성 주석을 두 차례 만나기도 했지만 이후 사상 전향을 선언하고 뉴라이트 활동을 하고 있다.

역시 시대정신 편집위원인 최홍재 자유주의연대 운영위원도 고려대 총학생회장과 전대협 조국통일위원회(조통위) 위원장 대행을 지냈다. 그는 스스로 “골수 주사파였다”며 “1998년 북한 기아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면서 북한체제의 허구성을 깨달았다”고 고백해 과거 운동권 ‘동지’들을 놀라게 했다.

뉴라이트는 대개 ‘전향 주사파’이지만 자유주의연대 대표인 신지호 서강대 겸임교수는 민중민주(PD)계열로 연세대를 졸업한 뒤 노동운동에 투신해 한국사회주의노동당 추진위원회 울산 책임자를 지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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