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고 치는 ‘하야 GO STOP’?

  • 입력 2006년 11월 3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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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법안 처리”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왼쪽),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회담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두 사람은 국방개혁법안과 비정규직 관련 3개 법안을 다음 달 1일까지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김경제 기자
“비정규직 법안 처리”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왼쪽),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회담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두 사람은 국방개혁법안과 비정규직 관련 3개 법안을 다음 달 1일까지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김경제 기자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단축 시사’ 발언 후 여권에 희한한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열린우리당 친노(親盧) 성향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이 잇따라 노 대통령이 진짜 하야(下野)할 가능성이 있다며 하야 논쟁에 불을 지피고 있고, 청와대는 이를 부인하는 헷갈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상식적이라면 대통령이 하야한다 해도 극력으로 만류해야 할 친노 의원들이 왜 하야 문제를 공론하는지, 청와대와 이심전심으로 교감을 나누고 있는지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권의 하야 모호성 전략?=하야 논란에 기름을 끼얹은 이는 열린우리당 친노 그룹인 의정연구센터 소속의 이화영 의원이다. 이 의원은 28일 노 대통령의 임기 관련 언급이 나온 직후 “여의도 정치권에 대한 엄중한 경고로 본다”며 “상황에 따라 노 대통령이 탈당할 수 있다. 만일 탈당하면 대통령이 정치권에 협조를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더 ‘큰 결심’을 할 수 있고 과연 정치권이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29일에도 방송 인터뷰 및 기자와의 통화 등을 통해 대통령이 진짜 하야할 수 있다고 거듭 말했다.

민병두 장영달 의원 등도 잇달아 노 대통령의 하야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들이 하야 논쟁을 촉발하는 것은 노 대통령의 현재 처지와 심경에 대한 단순한 해석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다른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

우선 한나라당은 당 지지율에서 열린우리당에 압도적 우세를 보이고 있고, 여론조사 1, 2위를 다투는 대선주자가 포진해 있지만 조기 대선 국면이 실제 상황이 될 경우 당이 심각한 혼란에 빠져들 수 있다. 민병두 의원이 “대통령이 하야하면 한나라당이 대선후보 경선 문제 등으로 인한 내분에 빠질 것”이라고 말한 것은 그런 맥락이다.

그렇다고 노 대통령의 요구대로 ‘국정 협조’ 자세로 나가면 정국 주도권을 빼앗기게 된다. 바로 여기에 한나라당의 딜레마가 있는 것이다. 친노 의원 등이 이런 상황을 계산에 넣고 청와대와의 교감하에 ‘하야 모호성’ 전략을 펴고 있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친노 의원과 청와대의 반격=청와대와 친노 의원들은 열린우리당 지도부에 대해서는 노 대통령의 탈당을 거론하면서 다른 방식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노 대통령의 하야 가능성을 일단 부인하는 발언을 했지만 탈당 문제에 대해선 “대통령이 판단할 문제”라고만 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2001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국민회의 총재직을 사퇴하고 2002년 탈당할 때의 상황과 현재 상황에 대한 비교 검토는 끝났다”고 말했다. 정기국회가 끝나는 시점에는 노 대통령의 탈당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근태 의장, 김한길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가 연일 노 대통령을 몰아세우고 있는 데 대한 조직적인 반격도 시작됐다.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노 대통령은 정치에 전념한 일이 없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가 공개적으로 “노 대통령은 정치에서 손떼라”고 촉구한 데 대한 반격이었다. 이 실장은 이날 오전 정무관계 회의에서 “대통령은 일관되게 당정분리의 원칙을 지키면서 당무에 관여하지 않고 국정에 전념해 왔다”며 “당무에 관여하느라 국정운영을 안 하는 듯한 뉘앙스로 이야기가 되는 것은 사실 관계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의 친노 의원들도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이화영 의원은 “비상대책위원회를 해산하고 정통성 있는 지도부가 대통령의 남은 임기에 호흡을 맞춰야 한다”고 지도부 교체를 요구했다.

참여정치실천연대 대표인 김형주 의원은 “3선 이상의 중진들로만 구성된 비대위를 다시 꾸려서 서로가 상처 없이 결별할 수 있도록 정리 작업을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 대응책 고심=김근태 의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흔들리지 않는 바위처럼 열린우리당이 국정의 중심을 지키겠다”며 ‘당 중심 국정운영’을 강조했다. 전날 파문을 불러온 노 대통령의 임기 단축 및 탈당 시사 발언에 대해서는 일절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김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국정운영에 필요한 법안, 예산안이 발목 잡힌 것에 고통스러워 하다가 심경을 밝힌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단 임기 중도 포기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오지 않도록 냉각기를 갖자는 취지인 듯하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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