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인권 유엔결의안 또 눈감나

  • 입력 2006년 11월 16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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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외교통상부와 통일부 등 관계 부처 간, 당정 간 의견이 팽팽히 맞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과 미국, 일본이 주도해 유엔 총회에 상정된 북한인권결의안은 16∼17일(현지 시간) 표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북한인권결의안이 유엔 총회에 올라간 것은 이번이 두 번째. 정부는 지난해 유엔 총회에서 채택한 북한인권결의안은 물론 2003년부터 유엔 인권위원회가 3년 연속 채택한 북한 인권규탄 결의안에 대해서도 기권하거나 불참해 왔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외교부에서는 한국이 5월 유엔 인권이사회의 초대 이사국으로 선출된 데다 반기문 전 외교부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당선, 강경화 외교부 국제기구국장의 유엔 인권 부고등판무관 진출로 국제사회에서 책임이 커진 만큼 표결에 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는 등 대북 압박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인권결의안 표결에 불참할 경우 국제사회에서 ‘왕따’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표결에 불참할 경우 예상되는 국내외 반발도 부담이다.

최근 해외 국제인권단체 관계자들은 반기문 차기 유엔 사무총장에게 북한 인권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뤄 줄 것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대북 지원 재개를 주장하는 법륜 스님 등이 참가한 중도성향의 모임인 ‘화해상생마당’도 14일 성명서를 내고 정부의 북한인권결의안 찬성 표결을 촉구했다.

반면 통일부는 6자회담 재개로 형성된 대화 분위기를 해치지 않기 위해서는 이번에도 표결에 참여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11일 열린 당정협의 때 열린우리당에서도 표결에 불참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을 놓고 참여 확대를 주장한 외교부와 현상 유지 방침을 고수한 통일부와 여당의 대립 양상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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