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 “6자회담 성공 위해 대북제재 유지해야”

  • 입력 2006년 11월 14일 02시 59분


코멘트
《북한 핵 폐기를 논의하는 6자회담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채찍’에 해당하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함께 유지돼야 한다고 헨리 키신저(사진) 전 미국 국무장관이 12일 밝혔다. 키신저 전 장관은 이날 트리뷴미디어서비스(TMS)를 통해 기고한 ‘북핵 협상’ 칼럼에서 “외교는 학술회의와 달라 ‘압력’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음은 기고문 요약.》

국제 질서의 향방을 결정할 두 협상이 수천 마일을 사이에 두고 이뤄졌다.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남북한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 북핵 프로그램 폐기를 두고 협상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E3(유럽의 3강)인 독일 프랑스 영국이 이란과 핵 협상을 하고 있다.

성격은 다르지만 두 협상은 똑같은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만약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P5)과 독일 일본이 북한과 이란을 유인하지 못한다면 지구상에 핵 확산이 만연해지고 인류는 재난의 경계선 위에서 줄타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협상은 외교가 자체적인 규범에 따라 작동하는지, 또는 국제적 압력과 보상의 균형으로부터 추동력을 얻는 것인지에 대한 해묵은 논쟁을 다시 점화시킨다.

압력은 상대방을 협상에 끌어들이는 동인(動因)이다. 제재가 북한과 이란을 움직이지 못한다면 과연 무엇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금언인 “부드럽게 말하되 큰 채찍을 들라(Speak softly but carry a big stick)”는 말은 이런 현실을 잘 보여 준다.

북핵 문제의 추이는 미국이 북한이나 이란과 협상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가 아니라 어떤 형태로, 또 무슨 목적으로 협상하느냐에 달려 있다. 북한과의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것은 북한이 국민을 희생하는 정권 이데올로기를 내세우기 때문이다. 게다가 6자회담 참가국 간의 유대 또한 충분치 않다.

한국은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이지만 양면성을 보이고 있다. 통일이라는 명백한 자체 의제를 갖고 있는 한국은 북한의 경제적 고갈을 피하며 민족주의적인 이익을 고양하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대북제재를 꺼린다. 북한에 압력을 행사하기 꺼렸던 중국은 6자회담이 실패할 경우 미중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심하고 있다.

6자회담의 틀에서 미국은 평양과의 대화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핵심 과제는 제재에서 벗어나 협상이라는 결론으로 가야만 하며, 미리 정해 놓은 속도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도전은 세 가지다.

첫째, 협상에 들어오는 대가로 압력을 중단했던 6·25전쟁과 베트남전쟁 때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협상의 돌파구인 제재를 유지하는 것이다. 둘째, 북한의 불만을 주요 의제로 삼는 것을 피하는 것이다. 셋째로는 핵심 이슈에 집중하고 부수적인 이슈에 흔들리지 말라는 것이다.

우선 2005년 9월의 합의를 구체적으로 이행할 행동의 시간표와 성격 규명을 양측이 분명히 해야 한다. 북핵 프로그램 폐기의 계획표를 구체화하고, 북한에 대한 안전 보장과 함께 경제적 지원 계획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어떤 길을 택하든지 북핵 문제는 이제 결론에 도달할 때가 됐다. 만약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 자원도 없고 인구도 적은 북한의 도전에 맞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면 ‘외교를 통해 국제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호소는 점점 공허해질 것이다.

정리=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