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근로자 임금 대부분 생필품으로 지급"

  • 입력 2006년 11월 7일 15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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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은 임금의 대부분을 생필품으로 지급받는 것으로 밝혀졌다.

통일부는 외국에서 생필품을 수입해 개성공단 근로자에게 판매하고 있다는 한국계 호주인 송용등(66) 씨와의 면담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7일 밝혔다.

통일부에 따르면 호주에서 무역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송 씨는 개성시 인민위원회 산하의 송악산무역회사와 51대 49의 비율로 합영회사 '고려상업합영회사'를 지난해 1월 설립, 쌀과 밀가루 등 생필품을 중심으로 120여 품목을 수입해 개성 시내 백화점 및 보급소를 통해 공단 근로자들에게 배급하고 있다.

고려상업합영회사는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총국)이 입주기업으로부터 받은 근로자 임금의 일부를 건네받아 물품을 수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즉,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근로자 임금(평균 59달러·사회보험료 8달러 제외)을 총국에 지급하면 총국은 민족경제협력연합회를 거쳐 세금 성격인 사회문화시책비(총임금의 30%)를 뗀 금액의 대부분을 북측 은행의 고려상업합영회사 계좌에 입금한다.

고려상업합영회사는 이 돈으로 생필품을 수입하고 공단 노동자들은 총국에서 받은 구매가능 액수가 적힌 명세서와 신분증을 제시하고 물품을 구입한다는 게 통일부가 송 씨의 증언을 토대로 파악한 개성공단 근로자에 대한 임금 지급 체계다.

사회문화시책비는 전액 개성시 인민위원회로 들어간다는 게 통일부 설명이다.

그동안 정부는 임금이 배급표와 북한 원화로 근로자에게 지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현금 흐름이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통일부는 송 씨가 북측에서 받은 영업허가증과 구체적 장부를 제시한 점에 비춰 그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고경빈 개성공단사업지원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측의 설명과 여러 가지 다른 자료를 통해 우리가 갖고 있던 조각그림들을 송 씨의 증언으로 일부 확인할 수가 있었다"면서 "북측 총국과 임금 직불 문제를 협의해 나가면서 계속 확인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통일부 당국자는 "송 씨가 개성공단 임금과 관련한 온갖 억측이 나돌고 있는 것을 답답히 여겨 직접 통일부에 연락해 왔다"면서 "그의 주장대로라면 근로자 임금이 군부나 노동당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총국에서 고려상업합영회사에 지급하는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임금(근로자 몫의 5% 정도로 파악)은 근로자에게 북한 원화로 지급돼 이발이나 목욕 등의 비용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송 씨는 고려상업합영회사 외에 식품합작회사, 건재합작회사, 관광합영회사 등도 개성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북한 김치를 개성공단에 납품하고 국내에도 반입해 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북한이 이 같은 임금 지급 체계를 갖춘 지 2년이 다 되도록 통일부가 지금까지 구체적 흐름을 파악하지 못한 데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개성공단 임금에 대한 논란이 국내외에서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통일부는 '생필품과 현금으로 지급한다'는 북측의 설명만 되풀이한 채 이를 객관적으로 검증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송 씨가 외국인이기는 하지만 한국계인데다 개성공단에 김치를 납품하고 김동근 개성공단 관리위원장과도 만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지적은 더욱 힘을 받는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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