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개혁적 보수 원해 회원 11만명 대중화 성공”

  • 입력 2006년 11월 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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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7일 창립한 뉴라이트전국연합(전국연합)이 1주년을 맞는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은 뉴라이트재단과 함께 뉴라이트 운동의 두 축을 형성한 단체. 뉴라이트재단이 지식인 중심이라면 전국연합은 창립부터 대중운동 조직을 표방했다. 1023명의 발기인으로 시작한 전국연합은 1년 만에 180여 개 지역조직을 만들었다. 또 뉴라이트신노동연합 등 다양한 부문별 조직을 창립해 모두 11만여 명의 회원을 확보하면서 세를 넓히고 있다. 》

3일 서울 종로구 당주동 전국연합 사무실에서 만난 김진홍(사진) 상임의장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1년 만에 뉴라이트 사상의 저변 확대와 조직의 전국화에 성공한 것은 전국연합이 개혁적 보수를 원하는 시대정신에 답했기 때문”이라고 자평하고 “국민의 관심이 좌파에서 우파로 옮아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중운동에 중점을 둔 까닭은….

“기존 우파운동은 ‘서울 중심의 소수 지식인 중심 운동’에 머물렀다. 우파 진영의 포럼에 가 보면 단상에 있는 사람과 청중 수가 비슷한 광경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이래서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 힘들다. 아래로부터의 운동조직 건설, 곧 풀뿌리 운동방식만이 해답이었다.”

―짧은 시간에 대중화에 성공한 요인은….

“중도좌파 시민단체가 지나치게 권력과 가까워지면서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또 기존 우파는 행동력이 없었으나 우리에게는 좌파에서 전향한, 조직 운영에 노하우를 갖춘 헌신적 일꾼이 다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회원들의 후원금으로 투명하게 운영해 신뢰를 얻었다는 점이다. 외국 우파 단체에서 거액의 지원금을 주겠다는 제안이 여럿 있었으나 다 거절했다. 풀뿌리 운동의 정신이 퇴색되기 때문이다.”

―과거의 우파가 다수 포함돼 있다는 지적이 있다.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뉴라이트 정신에 공감하는 기존 우파와 적극적으로 연대하는 ‘통일전선’이 절실하다. 기존 보수세력이 누리기만 했지 희생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에만 연연해 그들과 연대하지 않으면 정권 교체가 어렵다. 물론 극우와 반민주세력, 부패세력과는 별개다.” ―정치권과 지나치게 가깝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경험이 없고 전략도 부족해 한나라당과 밀착된 것처럼 비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5·31지방선거 때 공천 과정에서 금전거래가 일반화됐고 여전히 낡은 색깔론으로 국민에게 실망만 안겨 줬다. 한나라당이 탈바꿈하지 않고 개혁성과 도덕성을 갖추지 못하는 한 우리의 한나라당 공격은 계속될 것이다.”

―공동대표였던 유석춘 연세대 교수는 한나라당 참정치운동본부 공동본부장에 임명됐는데….

“전국연합에는 전국연합에 남아 끝까지 뉴라이트 깃발을 지킬 사람과 뉴라이트 정신을 체득해 정치권으로 갈 사람이 공존한다. 유 교수는 개인 자격으로 간 것이다. 전국연합 자체는 시민운동 단체로서 위상을 분명히 하고 정치권과 거리를 확실히 둘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대선에서 보수정권으로 교체하되 수구 보수는 결코 아니다. 옛날식의 수구 보수로 가는 것은 역사의 후퇴다. 개혁성과 투명한 도덕성, 자유민주주의 국가정체성을 갖춘 보수로 교체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정권 교체를 위한 범국민연합’을 결성할 것이다. 시민단체와 보수적 가치를 추구하는 정당들의 연합체로 보면 된다.”

■ 엇갈리는 평가

“사회여론 균형추” VS “한나라당의 2중대”

전국연합이 뉴라이트 운동의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점에는 우파 진영 내에 이견이 별로 없다. 그러나 정치권과의 관계, ‘올드라이트’ 세력과의 연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전국연합이 서울과 지식인 중심으로 이뤄지던 뉴라이트 운동을 전국에 파급시키면서 일반 시민에게 뉴라이트가 지향하는 가치를 전파했다”고 평가했다.

강경근 숭실대 교수는 “기존 뉴라이트 운동의 70%가 ‘머리’라면 전국연합은 60%가 ‘팔과 다리’일 정도로 행동하는 조직체를 만들었다”며 “이를 통해 참여연대 중심의 좌파에 기울어진 우리 사회 여론의 균형을 잡을 수 있는 기틀을 세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국연합 공동대표였던 유석춘 연세대 교수가 한나라당 참정치운동본부 공동본부장으로 임명되는 등 지나치게 정치권과 가깝다는 지적도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많은 정치 지망생이 전국연합을 정치권 진출의 ‘우산’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전국연합이 뉴라이트 운동의 목표를 너무 쉽게 ‘정치’로 정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신지호 서강대 겸임교수는 “얼마 전에 만난 열린우리당 의원은 ‘전국연합이 한나라당과 밀착되면서 뉴라이트 운동 자체를 한나라당의 2중대 정도로 평가하게 됐다.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한나라당과 거리를 둬야 한다’고까지 말했다”고 전했다.

반면 강 교수는 “전국연합이 준(準)정치세력을 마다하지 않은 덕분에 뉴라이트 운동이 공허한 메아리로 흐르지 않을 수 있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김종석 홍익대 교수는 “전국연합이 짧은 시간에 저변을 넓히려고만 하다 옥석을 가리지 않고 보수 세력을 모았다”며 “뉴라이트가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뉴라이트 의사연합 출범

‘뉴라이트의사연합’(상임공동대표 김광명·이형복)은 4일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대한의사협회회관에서 창립대회를 열었다. ‘병 들어가는 대한민국, 우리가 치료한다’는 기치를 내건 이 단체는 뉴라이트전국연합의 8번째 직능 조직이다.

회원 200여 명을 확보한 이 단체는 창립 선언문에서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는 사회를 구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작가 김동인의 조카이기도 한 김 대표(한양대 의대 신경외과 교수)는 “의사이기 이전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좌파정권이 태어난다면 나라의 미래가 없을 것 같아 행동에 나서게 됐다”며 “자식에게 좋은 나라를 물려주고 싶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문태준 전 보건사회부 장관 등이 이 단체의 발기인으로 참여했으며 이천시의사회 장석일 회장, 서울시의사회 나현 부회장 등은 공동대표를 맡았다. 이날 창립대회에는 한나라당 이재오 최고위원, 뉴라이트전국연합 김진홍 대표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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