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민당 정조회장 미국서도 "핵 보유론 필요"

  • 입력 2006년 10월 29일 17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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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실험 이후 '핵 보유' 논의를 둘러싼 일본 국내의 '중구난방'이 태평양 건너 미국으로까지 확산되는 조짐이다. 주의할 점은 이런 가운데 차츰 핵무장 논의에 걸려있던 '빗장'이 풀려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대목이다.

미국을 방문중인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일본 자민당 정조회장은 체재기간 중 회담한 미국 요인들에게 "일본에서 핵무장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론을 반복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그는 27일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여러 회담에서 '일본 주변은 핵보유국 투성이다. 일본의 현 처지는 (1962년) 소련이 쿠바에 핵을 반입하려던 당시 미국의 절박한 상황과 유사하다'고 설명하면서 핵무기 보유 논의에 이해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 등과 회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미국 측의 반응을 놓고 "'논의를 우려한다'거나 '전면적으로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한 사람들은 있었지만 '논의하면 안 된다'고 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나카가와 정조회장은 "자민당 내에 조직을 만들고 긴급히 논의하자는 것은 아니다"며 "의원 각자가 판단할 일이지만 논의는 나라가 처한 상황을 생각하면 자연스레 나오게 될 것"이라고 핵 보유 논의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를 전해들은 일본 자민당 안에서는 "이미 결론이 난 얘기를 두고 무슨 소리냐", "진의를 알 수 없다"며 불쾌해하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29일 보도했다.

핵 보유 논의가 미일 안보체제의 근간을 건드리는 사안인 만큼 아베 신조(安部晋三) 총리가 각국에서 의심을 받지 않도록 서둘러 봉인했는데, 이를 집권 여당의 정책 책임자가 미국에서 다시 발언한 모양새가 됐기 때문.

그러나 이와는 별도로 토머스 시퍼 일본 주재 미국대사는 27일 "미국은 일본 내에서 오랫동안 금기시되던 핵 보유에 관한 논의마저 막을 생각은 없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졌다.

시퍼 대사는 이날 일본 내셔널프레스클럽 연설에서 "일본의 비핵 3원칙은 미국의 외교 목표와도 모순 되지 않으며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지도 않는다"면서도 "일본인들 자체적으로 또는 정부 내에서 논의하는 것은 일본인들이 결정할 문제고, 일본인들의 언급에 미국이 적절한지 또는 부적절한지를 결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아베 총리는 "정부나 자민당 내 공식기구에서 (핵 보유를) 논의할 생각은 없지만 그 밖의 논의를 봉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도쿄=서영아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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