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변한것 없다” 제재 예정대로

  • 입력 2006년 10월 23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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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북한을 방문했던 탕자쉬안(唐家璇) 중국 국무위원에게 “추가 핵실험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진의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압박이 가시화되고 있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한발 물러선 것이라는 낙관적인 해석이 있는 반면 강한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일본 등은 “특별히 새로운 것이 없다”며 평가절하하고 있다.》

▽북한의 진의는=김 위원장은 19일 평양을 방문한 탕 국무위원을 만난 자리에서 ‘2차 핵실험’과 6자회담 복귀 문제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김 위원장과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은 “미국이 우리를 못살게 굴지 않겠다고 한다면 추가로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것.

또 6자회담 복귀와 관련해 “6자회담에 먼저 복귀할 테니 미국은 6자회담에 임한 뒤 가까운 시일 안에 금융제재를 해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유예하고 6자회담에 복귀하면 미국은 대북 금융제재를 풀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계좌 동결을 포함한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가 해제되지 않으면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겠다고 주장해 온 북한이 6자회담 재개 조건의 선후를 바꾼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추가 핵실험 유보와 6자회담 복귀에 전제조건을 내걸었다는 점에서 북한의 진의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탕 국무위원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강력한 경고’가 담긴 메시지를 전달했고 북한은 이를 감안해 추가 핵실험 계획과 상관없이 대화를 통한 해결에 여지를 남기는 발언을 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엇갈리는 해석=미국과 일본은 북한의 추가 핵실험 유예와 6자회담 복귀 언급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금융제재 해제라는 조건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과거의 태도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북한이 6자회담 복귀 날짜를 명확히 하고 회담장에 앉을 때까지는 미사일 발사와 1차 핵실험에 따른 제재에 변함이 없다는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토니 스노 미 백악관 대변인은 20일(현지 시간)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며 “북한이 원하는 것은 단지 제재를 푸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독자적인 대북제재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대한 후속 조치로 북한 선박 검색 때 미국과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로 하는 등 미국과의 공조 아래 대북제재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한국 정부는 북한의 진의에 대해 경계를 하면서도 북한의 추가 핵실험과 6자회담 등에 대한 태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한 당국자는 “6자회담에 먼저 나올 용의가 있다는 발언은 북한이 금융제재를 해제하지 않으면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는다는 태도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다른 당국자는 “북한이 여전히 6자회담 복귀를 위한 조건을 내걸고 있다는 점에서 태도 변화라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협상력 높이기 위한 포석=전문가들은 일단 북한이 핵실험을 통해 ‘핵’이라는 확실한 협상 카드를 갖게 된 만큼 상황을 악화시키기보다는 주변국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협상력을 높이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또 북한의 이번 발언은 대북제재에 대한 국제 공조를 흐트러뜨리기 위한 ‘시간 끌기용’이라는 분석도 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추가 핵실험 유예나 6자회담 복귀에 대한 태도를 바꿨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특히 과거처럼 대화 가능성을 보이며 미일과 한중일의 이견을 더욱 크게 해 국제 공조를 어렵게 하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태우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군비통제연구실장은 “북한은 이미 1차 핵실험을 통해 핵 보유를 과시한 만큼 주변 상황을 지켜보며 2차 핵실험이라는 다음 카드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시기를 재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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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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