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특사방북 헛되지 않아” 美 “특별히 놀라운 것 없다”

  • 입력 2006년 10월 2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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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고는 있지만…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이 2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났다. 라이스 장관은 이 자리에서 미국은 북한이 해제해 달라는 대북 금융제재는 유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웃고는 있지만…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이 2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났다. 라이스 장관은 이 자리에서 미국은 북한이 해제해 달라는 대북 금융제재는 유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대북(對北) 제재 공조체제를 다지기 위해 일본 한국을 거쳐 20일 중국 베이징(北京)을 찾은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을 비롯해 중국 지도부와 6시간에 이르는 연쇄 마라톤회담을 했다.

이날 오전 10시경 베이징에 도착한 라이스 장관은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을 시작으로 탕자쉬안(唐家璇) 국무위원, 원자바오(溫家寶) 국무원 총리, 후 주석 순으로 오후 6시까지 숨쉴 틈 없이 회담을 이어나갔다. 회담 장소도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과 중난하이(中南海), 그리고 인민대회당으로 바뀌었다.

신화통신은 “라이스 장관이 22시간의 ‘바람 같은 방문’을 했다”고 전했다.

▽“방북 헛되지 않았다”=후 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다녀온 탕 국무위원은 이날 국무원 청사가 있는 베이징의 중난하이 쯔광거(紫光閣)에서 라이스 장관을 만나 “다행히 이번 방문은 헛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의 한마디 말에 세계는 다시 탕 국무위원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나눈 대화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또 리자오싱 외교부장은 “탕 특사와 김 위원장이 하루빨리 6자회담을 재개하는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물론 탕 국무위원이 언론의 취재가 허용되는 잠깐 사이 라이스 장관과 얘기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긴 하다. 하지만 방북을 마치고 돌아온 이후 그가 김 위원장과의 대화 분위기를 공개한 것은 처음이었다.

더구나 리 외교부장까지 이날 “탕 특사의 평양 방문은 적어도 ‘상호 이해’를 증진시켰다”고 전해 모종의 진전이 있었음을 강하게 암시했다.

탕 국무위원의 한마디가 공개되기 전까지만 해도 중국이 김 위원장에게 ‘최후통첩’을 전달했을 것이라느니, 후 주석의 메시지가 ‘당근’보다 ‘채찍’이었을 거라는 등 관측이 없지 않았다.

탕 국무위원의 발언 직후 일부 언론은 김 위원장이 ‘추가 핵실험을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단정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라이스 장관은 이날 오후 잇단 회담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북-중 회담에) 특별히 놀랄 만한 게 없다”고 말했다. 적어도 미국 입장에서는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설사 김 위원장이 ‘추가 핵실험 유보’를 언급했다 하더라도 미국이 받아들이기 힘든 전제조건을 붙였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그 직후 도쿄(東京)에서 기자들을 만나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키기 위해 어떠한 양보도 할 계획이 없다며 라이스 장관과 비슷한 뉘앙스의 반응을 보였다.

▽양국, 여전한 시각차=라이스 장관과 리 부장은 이날 낮 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으나 양국의 시각차를 그대로 드러냈다.

라이스 장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전면적 이행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중국을 압박했지만 리 부장은 냉정하고 책임 있는 자세를 역설했다. 라이스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불법적인 화물과 위험한 물질의 교역이나 운송을 확실히 차단할 수 있는 유엔 안보리 결의의 전면적 이행문제를 협의했다”고 말했다.

‘전면적 이행’이란 추가적인 경제제재와 함께 중국이 그동안 거부해온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까지를 의미한다.

그러나 리 부장은 “모든 당사국이 냉정을 유지하고 신중하고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말해 이를 완곡히 거부했다.

원 총리도 이날 라이스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북핵 문제를 푸는 데는 외교 이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북한 제재 어떻게 될까=이처럼 중국과 미국이 대북 제재 수위를 둘러싸고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함에 따라 유엔 회원국의 ‘일사불란한’ 대북 제재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라이스 장관은 “중국이 1400km에 이르는 북한과의 국경을 철저하게 관리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지만, 이를 적극적인 제재 동참으로 해석하는 건 무리다. 중국은 안보리 결의 이전에도 같은 말을 해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향후 북한 제재 수위를 둘러싸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강경 제재 지지 국가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온건 제재 국가로 나뉘어 대립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스인훙(時殷弘) 교수는 “김 위원장이 중국의 특사를 받아들인 것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분노를 누그러뜨려 중국과 미국의 의견 차를 넓히고 나아가 전면적인 제재를 피하자는 의도였다”며 “김 위원장의 이런 목적이 상당한 효과를 발휘한 셈”이라고 말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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