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상-남창희교수“‘核가지면 체제안전 보장’은 北의 착각”

  • 입력 2006년 10월 9일 19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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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상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왼쪽)와 남창희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14층 회의실에서 북한 핵실험의 배경과 향후 전망 등에 대해 긴급 대담했다. 김재명 기자
김우상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왼쪽)와 남창희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14층 회의실에서 북한 핵실험의 배경과 향후 전망 등에 대해 긴급 대담했다. 김재명 기자
《전격적인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의 의도는 무엇이고 한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본보는 9일 김우상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남창희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초청해 긴급 대담을 갖고 이번 사태에 대한 평가와 분석, 향후 전망 등을 들었다.》

○ 1차 목적은 내부 결속

▽김우상 교수=북한이 핵실험을 하겠다고 선언한 뒤 6일 만에 전격적으로 강행한 배경은 두 가지라고 본다. 첫째는 내부 결속이다. 노동당 창당기념일(10일) 하루 전에 핵실험을 한 것은 고도로 계산된 전략에 의해 나온 것이라고 본다. 거꾸로 보면 내부 갈등이 있다는 뜻도 된다. 두 번째로는 선수를 친 측면이 있다. 미국이 강경한 행동을 취하면 북한은 ‘핵 카드’를 쓰기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그러기 전에 핵실험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남창희 교수=북한 내부의 전략적 판단 착오도 원인이다. 핵보유국으로 인정을 받으면 미국과 국제사회의 압박에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는 착각을 한 게 아닌가 한다. 핵을 가지면 안보 상황이 좋아질 거라고 착각한 것이다.

▽김=한국과 미국 중국 등 주변국이 단호하지 못했다는 점도 들 수 있겠다. 일본은 강경한 자세를 취해 왔지만 미국은 구두 표명 외에 행동으로 취한 조치는 없다. 일본 오키나와 기지에서 핵실험 감시용 정찰기를 출동시킨 것이 전부다. 한국 정부는 핵실험 선언 뒤에도 북한에 시멘트를 보내는 등 아주 안이하게 대처했다. 중국도 “북핵 문제는 6자회담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원론적 자세만 취했다. 주변국들의 이런 태도는 북한에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 큰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위기감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남=미국이 이라크전 수렁에 빠져 있고 레바논이나 이란에서도 핵개발 문제에 부닥쳐 있어 종합적으로 봤을 때 북한에 대해 무력행사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타이밍을 놓고 보면 8일 중-일 정상회담, 9일에는 한일 정상회담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후보 투표도 있어 국제사회의 이목이 한국에 집중된 시점이다. 일단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측면도 있다.

○ 일본, 주도적 대북 압박 나설 것

▽남=일본은 주도적으로 대북 압박에 나설 것이다.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자민당 정조회장이 8일 NHK 방송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하면 북한 농수산물 수입을 전면 중단하고 북한 선박에 대한 해상 검문 조치 등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정상회담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러한 대북 제재 조치에 대해 한국 측의 이해를 요청했을 가능성이 높다.

▽김=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 사회가 북한에 취할 조치는 세 가지라고 본다. 우선 유엔 결의안을 통해서 어떤 형태로든 제재 조치를 취할 것이다. 또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따라 해상 봉쇄를 취할 것으로 보며, 그 다음은 교역 중단과 경제제재 조치다. 미국과 일본 중심의 대북 제재에 한국 중국 러시아가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가 문제 해결의 관건이다.

▽남=중국과 한국은 이번 핵실험으로 몹시 곤혹스럽게 됐다.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으로 야기되는 제3국의 침략에는 군사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사까지 밝히면서 북한에 경고했다. 이번 핵실험으로 한반도 등거리 외교정책이 변화할 수밖에 없는 기로에 서게 됐다. 앞으로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강도 높은 대북 제재에 반대하기는 상당히 어렵게 됐다. 그러나 한국은 이를 한미일 공조 복원의 호기로 삼을 수도 있다.

○ 군사적 제재 가능성은 회의적

▽남=미국이 현재 이라크와 이란 레바논 시리아 등에서 안보 과부하가 걸려 있기 때문에 당장 무력 충돌을 감수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일단은 유엔에서 승인을 받은 해상봉쇄 등의 압박 조치를 취할 것이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말한 ‘다른 세상’이 곧 전쟁을 뜻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를 중동으로 수출하려든다면 진짜 ‘레드라인’을 넘는 것이다. 그때에는 미국이 선택의 여지없이 무력 상황으로 갈 것이다. 하지만 이번 핵실험이 한반도에서 북-미 간 무력 충돌의 위험성을 높여 줬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김=군사행동에 찬성한다는 것이 아니라 군사행동도 대안 중의 하나로 고려하고 있다는 인식을 북한에 줘야 북한이 함부로 위기를 조성하지 못한다. 한미일 공조가 안 되면 우리가 반대해도 미국이 선제공격을 할 수도 있다. 반대로 한국 정부가 군사적 제재 조치도 대안의 하나로 고려할 수 있다는 자세를 취해 미국과 일본의 신뢰를 회복한다면 군사적 위기상황을 막을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 대북 정책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김=한국 정부로서는 여태까지 추진해 온 대북 유화정책이 실패라는 점을 인정하고 한미일 공동제재에 동참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다르다. 상호주의 원칙을 강조하지 않기 때문이다. 적어도 김대중 정부는 상호주의 원칙을 꾸준히 강조했다. 한국 정부도 PSI에 참여하고 주변국들에 “어떤 대안에도 참여할 수 있다”는 각고의 비장한 의지를 보여 줘야만 한다. 그래야만 그런 강경한 대안을 활용하지 않아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인도주의적인 지원은 계속하되 현금과 관련된 모든 사업은 중단해야 한다.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사업도 예외는 없다.

▽남=햇볕정책 자체가 잘못됐다고 보지는 않는다. 200만 동포가 굶는 상황을 어떻게 모른 척하겠는가. 그러나 햇볕정책이 북한 체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거나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으로 국제사회의 오해를 받게 된다면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 한국 정부의 지원이 미사일이나 핵 개발에 전용될 수 있는 루트를 차단하면서 인도적인 지원을 하라는 것이다. 또 이번 일로 북한이 핵무장 국가라는 것이 확인돼 남북 간 재래식 전력 비교가 무의미해졌다. 한미 간 신뢰를 더 강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 국민이 경각심 가져야

▽김=북한이 핵을 가지는 것이 한반도 안보도 위협하고 통일도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국민이 알아야 한다. 핵무기를 가진다는 건 다른 주변 핵 강대국과 동등한 처지에서 핵 억지력을 확보했다는 게 아니라 핵 강대국들로부터 선제공격을 받게 되는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반도 안보에 너무 위험한 것이다. 또 북한이 핵을 완전히 해체하지 않는 한 주변국들이 남북통일을 허용할 리가 없다. 통일을 원한다면 한반도는 비핵화돼야 한다.

▽남=우리 사회에는 ‘북한의 핵무기는 통일되면 우리 것 아니냐’ ‘설마 북한이 동족인데 한국 남한을 상대로 쓰겠느냐’고 하는 안이한 생각이 많이 있는 것 같다. 또 전쟁을 무조건 회피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희망적 사고를 하면서 전쟁에 무방비 상태로 가자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전쟁 가능성을 실제 상황으로 놓고 대비하는 나라만이 전쟁을 막을 수 있다.

정리=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김우상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1958년 출생 △한국외국어대 독일어과 졸업 △미국 로체스터대 정치학 박사 △미국 텍사스 A&M대 정치학과 교수 △한국정치학회 이사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원장

△1964년 출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미국 캔자스대 정치학 박사 △일본 방위청 방위연구소 객원연구원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전문위원 △한국정치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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