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데 덮친 한국경제…소비 투자심리 악화

  • 입력 2006년 10월 9일 19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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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 국면에 접어든 한국 경제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9일 강행된 북한 핵실험의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이번 핵실험이 ‘단발성 악재’로 끝난다면 한국 경제에 미칠 악영향은 단기에 끝나고 파장도 제한적일 수 있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되거나 국제사회가 군사 제재 등 강수(强手)를 들고 나오면 사태는 가늠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 해외 상장 한국기업 주식 급락

핵실험의 여파로 9일 영국 런던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 포스코 SK텔레콤 KT LG필립스LCD 등 한국 기업들의 주식예탁증서(DR) 가격이 일제히 1∼4% 급락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DR는 직전 거래일 349달러에서 338.75달러로 2.9%나 하락했다.

또 한국의 국가 신인도를 보여 주는 척도 가운데 하나인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2014년 만기물의 가산금리는 이날 홍콩 금융시장에서 6일보다 0.03%포인트 오른 0.72%포인트에 호가(呼價)가 형성됐다. 가산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과 국가 신인도는 그만큼 떨어졌다는 의미다.

1000만 달러 한국 국채의 ‘신용 디폴트 스와프(CDS)’ 1년 만기 가격도 6일 2만7000달러에서 3만1000달러로 급등했다.

CDS는 빚을 못 갚는 사태가 벌어졌을 때 채권 소유자를 보호하기 위해 손실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전해 주는 ‘보험성’ 계약. CDS 가격이 올랐다는 것은 결국 신용이 악화됐다는 것을 뜻한다.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은 공식적으로는 북한 핵실험이 현 단계에서 한국의 국가 신용도에 직접적인 영향은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스탠더드앤드푸어스의 오가와 다카히라 국장은 “앞으로 미국 등 국제사회의 행동과 북한의 대응에 달려 있다”고 덧붙여, 사태가 악화되면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낮출 가능성도 있음을 내비쳤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시장 이탈 가능성도 우려되는 부분. 올해 3분기(7∼9월)의 외국인 직접투자 규모는 26억300만 달러로 이미 전년 동기 대비 14.8% 감소했다.

○ 실물경제에도 악영향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5%, 내년에는 4.6%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이런 전망이 실현될지 매우 불투명해졌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미국을 중심으로 해상 봉쇄 등 강력한 대북(對北) 제재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미 소비와 투자심리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경제심리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물론 북한 핵 문제는 어느 정도 예상한 것이기 때문에 금융시장 등의 충격이 가라앉고 안정을 되찾으면 실물경제에는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이는 사태가 단기간에 해결됐을 때나 가능한 시나리오다.

또 환율이 급등락하면 불투명성이 커져 국내 기업의 안정적인 수출 활동에도 큰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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