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차수]경계해야 할 대선 꼼수들

  • 입력 2006년 9월 26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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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선거가 1년 이상 남았지만 대선 관련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정계개편 밑그림과 대선 주자 간의 합종연횡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다.

더불어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야의 후보조차 정해지지 않았지만 ‘누가 될 것 같으냐’는 갑론을박이 곳곳에서 벌어지곤 한다. 유명 역술가 등의 말을 빌린 그럴싸한 얘기를 퍼뜨리는 사람들도 있다.

여론의 지지를 받는 마땅한 대선 주자가 없는 열린우리당에서는 ‘불임정당’이라는 자조가 터져 나온다. 노무현 대통령이 ‘외부 선장론’을 언급한 뒤에는 고건 전 국무총리,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박원순 변호사 등이 잠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김근태 의장은 정기국회 회기 중에 반(反)한나라당 새판 짜기를 역설하면서 대선 조기 과열을 촉발시켰다.

한나라당의 경우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일찌감치 ‘3색 행보’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세 주자 중 탈당하는 사람만 없다면 정권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일부 대선 주자가 당내 인사들의 줄 세우기를 시도하면서 2002년 대선 재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고 전 총리는 정당 없이 활동하고 있지만 지지도 면에서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가 계속 지지율을 이어 갈 수 있을지, 어느 당 후보로 나설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유권자들이 정치권의 이런 움직임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걱정되는 대목이 있다. 스포츠를 즐기듯 대선을 보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정치권 새판 짜기나 연대 움직임은 정권을 지키거나 빼앗기 위한 꼼수들이지만 그 정당성을 따져 보려는 유권자는 많지 않다. 특히 대선 주자들의 가치관이나 능력 품성 정책보다 단순한 지지도를 화제로 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선은 게임이 아니다.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지도자를 뽑는 중대사다. 정부 여당과 야당이 5년간 했던 일에 대한 평가 또한 대선이 갖는 중요한 의미다.

우리는 지금 후보단일화 등 바람에 휩쓸린 선택의 부작용을 톡톡히 경험하고 있다. 최근 한 여론 조사에서 ‘노 대통령이 잘한 일은 없다’가 67%, ‘5년 전보다 부정부패가 늘었다’가 65%나 나왔다. 희망이 사라졌다는 한탄도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불행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시대적 과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부터 형성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차기 대통령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일로는 침체된 경제 살리기, 국민 통합, 북한 핵문제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추진으로 야기된 안보 불안 해소 등이다. 여야 후보가 정해지지 않았으므로 지금은 이런 시대적 과제를 해결할 만한 정당부터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 같다.

대통령과 집권당을 잘못 선택할 경우 민생은 더욱 찌들고 이념 계층 지역 갈등이 한층 고조될 것이 뻔하다. ‘학습 효과’를 거론하며 이런 우려가 기우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유권자들이 지난 대선 때의 경험을 살려 이번에는 제대로 된 선택을 할 것이라는 얘기다. 반면 또다시 충동구매식의 쏠림형 투표 성향이 나타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올바른 지도자를 선택하기 위해 각 당의 노선과 대선 주자들의 리더십을 지금부터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김차수 정치부장 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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