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北신임대사에 미국통 류샤오밍 임명…北-中혈맹 금가나

  • 입력 2006년 9월 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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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미국통’ 외교관을 북한대사로 임명해 관심을 끌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류샤오밍(劉曉明·50·사진) 간쑤(甘肅) 성 성장조리(부성장 바로 밑)를 신임 북한대사로 임명했다고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이 7일 일제히 보도했다.

▽한반도와 인연 전무한 ‘미국통’=중국이 미국 전문가를 북한 대사로 파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83년 미국 터프스대 플레처 법률외교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류 신임 대사는 줄곧 외교부 본부의 북미대양주(北美大洋洲)에서 미국 담당으로 일하거나 주미 중국대사관에서 근무해 왔다. 미국과 무관한 부문에서 일한 것은 간쑤 성에서 일한 2년 7개월과 외교부 기관당교에 있었던 4개월, 이집트대사로 근무한 2년 1개월이 전부다.

게다가 류 대사는 6·25전쟁 이후에 출생한 사람으로는 처음으로 부임한다. 우둥허(武東和) 왕궈장(王國章) 완융샹(萬永祥) 차오쭝화이(喬宗淮) 등 1930, 40년대에 출생해 양국의 밀월 시기를 경험해 본 이전의 대사와는 북한에 대한 인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

▽‘당근’ 외교 사라질 가능성=중국이 이처럼 철저한 미국통을 북한대사로 임명한 것은 중국 외교의 핵심 사안 가운데 하나인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를 새로운 각도에서 풀어 가기 위한 수순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즉, 중-미 관계와 중-북 관계를 함께 중시했지만 앞으로는 미국과의 관계를 기조로 그 연장선에서 북한 문제를 풀어 가겠다는 중국의 뜻이 담겼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사회주의 동맹국이자 ‘혈맹관계’로 상징되던 중국과 북한과의 관계가 앞으로는 변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선진국에 도달하기 위해 앞으로 수십 년간의 안정적인 고속성장이 절실한 중국으로서는 북핵 문제를 푸는 데 있어서도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자 군사대국인 미국의 요구를 무작정 무시하거나 거부하기 어렵다. 결국 북한에 ‘당근’만 주던 중국이 앞으로는 ‘당근’뿐 아니라 ‘채찍’도 가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홍콩의 원후이(文匯)보도 류 대사의 북한대사 임명 사실을 전하면서 “앞으로 중국이 대(對)북한 외교를 전면적으로 바꾸겠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김정일 방중 어떻게 되나=당초 류 신임 대사는 이번 주 내에 평양에 부임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중국 언론은 이날 임명 사실을 전하면서 부임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류 대사의 부임 시기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중국 지도부가 그를 통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초청하는 친서를 보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대국에서 신임장도 받지 않은 대사가 최고지도자의 방문요청 친서를 갖고 가는 것은 외교관례상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더욱이 현재 북한과 중국은 양국 정상회담을 개최할 만한 분위기가 전혀 성숙되지 않았다는 것. 북한은 6자회담 재개의 선제조건으로 미국이 금융제재를 해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되레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중재자 역할을 하는 중국이 정상회담용으로 북한에 내밀 카드가 전혀 없는 셈이다.

그러나 중국이 최근 북한과의 관계 복원 및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북측에 계속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상태여서 류 대사가 어떤 식으로든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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