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금 먹는 하마 盧정부의 ‘비전 2030’

  • 입력 2006년 8월 3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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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어제 ‘비전 2030-함께 가는 희망한국’ 보고서를 내놓았다. 국가의 장기 비전을 담고 있는 이 보고서는 ‘2010년대에는 선진국에 진입하고 2020년대에는 세계 일류국가로 도약한다”는 등의 장밋빛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개도국들도 20∼30년 앞을 내다보는 국가비전을 마련해 두고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과 재원 조달방안 등에서 많은 문제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보고서는 ‘(비전대로 되면) 고용률이 높아지고 비정규직 차별이 완화되며 노사관계도 협력적으로 바뀐다’고 했다. 하지만 어떤 경로를 통해 그렇게 될지에 대해서는 모호하다. 비전이 실현되려면 2010년부터 1100조 원의 막대한 추가 재정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국민 1인당 매년 33만 원씩을 더 부담해야 한다. ‘세금폭탄 예고장’이 될 수도 있는 이유다.

비전의 방향도 문제다. 3년째 성장률이 세계 경제성장률에도 못 미치고 있지만 경제의 활력을 되살릴 계획과 방법은 들어 있지 않다. 규제완화 등을 통해 민간부문을 활성화하고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하는데 이런 방안들은 보이지 않는다. 외자를 끌어오려면 감세(減稅)가 필요하지만 비전은 반대로 가고 있다.

그 대신 ‘선(先) 성장, 후(後) 복지’의 패러다임을 ‘성장과 복지가 함께 가는 동반성장’으로 수정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에 대해 “경제투자와 사회투자를 분리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양자가 융합되는 투자로 전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체 재정에서 복지재정의 비중이 현재의 25%에서 2030년엔 40%로 크게 올라간다. 반면 성장을 위한 투자에 해당하는 경제재정의 비중은 20%에서 10%로 떨어진다. 투자를 막고 성장 활력을 죽이는 꼴이다.

하나같이 내년 대선에서 논쟁거리가 될 내용들이다. “철저히 정권의 코드에 맞춘 비전”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권이 바뀌면 폐기될 가능성도 크다. 정치상황의 변화에 따라 오락가락할 그런 비전에 국가의 미래를 맡기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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