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때 가족별장서 만나자” 靑, 아버지 부시 초청 거절

  • 입력 2006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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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한미 정상회담차 미국을 방문하는 노무현 대통령을 가족 별장에 초대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2년 7월 56번째 생일을 맞은 부시 대통령(왼쪽)과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오른쪽)이 메인 주 남부 케네벙크포트에 있는 가족 목장에서 골프를 즐기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한미 정상회담차 미국을 방문하는 노무현 대통령을 가족 별장에 초대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2년 7월 56번째 생일을 맞은 부시 대통령(왼쪽)과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오른쪽)이 메인 주 남부 케네벙크포트에 있는 가족 목장에서 골프를 즐기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주미 한국 대사관이 내달 13일(현지시간)로 예정된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이달 초 '뜻밖의 제안'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을 메인 주 남부 케네벙크 포트에 있는 부시 가문의 가족별장으로 초청하고 싶다는 의사를 갖고 있다는 메시지였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이를 거절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초엔 그해 여름에 노 대통령을 텍사스주 크로퍼드 목장으로 초청한다면 받아들이겠느냐는 제안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결국 크로퍼드 목장 방문은 성사되지 않았고 이에 대해 "한국 청와대가 뚜렷한 이유없이 크로포드 목장 회담을 반대했다가 나중에 이를 번복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크로퍼드 목장 방문이 한때 논의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공식채널을 통해 제안이 접수된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메인주 별장 초대?=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24일 "노 대통령을 메인주에 있는 아버지 부시 전대통령의 별장에 초대하고 싶다는 제안이 한 메신저를 통해 한국 정부에 전달됐으나 청와대가 이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한국 정부 관계자는 "아버지 부시 전대통령과 연이 닿는 사람이 제안한 것은 사실"이라며 "주미 대사관과 청와대, 외교부가 심각히 다각도로 검토한 결과 안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가 한국식 부자관계와는 다르며, 특히 북한 및 이라크 문제에 등에 있어 아들 캠프와 아버지 캠프의 입장이 다르다. 효과도 미지수다. 아버지를 통해 우회적으로 압력을 넣는다는 인상을 주면 좋을게 없다. 괜히 바쁜 방미 일정에 끼워 넣기도 어렵다. 미국 언론에서 가십으로 다루면서 '아들 부시와의 회담에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쪼르르 아버지에게 달려가는' 모습으로 묘사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중간에 선 사람이 오히려 아버지 부시 캠프에 뭔가를 보여주려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이 같은 설명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은 이렇게 지적했다.

"한국 측이 먼저 요청한게 아니라 부시 전 대통령 쪽의 비 정치적 초청을 받아들이는 모양새여서 부담이 없으며, 간접적으로 한미 지도자간의 감정적 앙금을 풀 수 있는 기회였다. 청와대가 응하면 정식 초대하겠다는 부시 전대통령 측의 의사는 분명했다. 부시 부자간의 정책 차이는 있지만 부시 대통령은 지금도 거의 매일 부모(특히 어머니)에게 전화를 거는 관계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뉴욕에서 부시 전대통령이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주는 밴 플릿상을 수상할 때 만찬에 직접 참석했으며, 지난해 11월엔 그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는 등 지금까지 3차례나 만나 친분을 쌓아왔다.

▽크로퍼드 목장 초대?= 한 소식통은 "지난해 초 한국의 이라크 파병에 대한 감사와 한미관계 강화를 위해 여름으로 예정된(결국 6월에 열림) 정상회담 때 노 대통령을 크로퍼드 목장에 초대하고 싶다는 백악관 측의 의사가 한국에 전달됐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그러나 한국정부는 처음엔 거절 의사를 보였다가 나중에 이를 번복했고, 이에 대해 백악관에선 외교 담당 보좌진들은 찬성했으나 국내 담당 보좌진들이 반대해 결국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크로퍼드 목장 초대는 미 백악관이 특별히 우호관계를 강조하기 위해 사용하는 부시 대통령 특유의 유명한 '초청 외교'. 여기에 초청됐는지 여부가 우호관계의 깊이를 보여주는 척도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초 누군가가 대사관에 크로퍼드 목장 방문을 제안했으나 그 사람이 백악관과 교감을 가진 뒤 제안했는지 여부는 불분명했다. 남들이 보기엔 그 사람의 위치로 보아 '교감이 있었다'고도 할만한 사람이었다. 당시 외교부는 '되면 참 좋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청와대는 꼭 하자고 매달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시 크로퍼드 회동 추진에 관여했던 한 전직 고위 외교관계자는 "외교부는 속성상 크로퍼드 행사에 관심을 가졌고, 부시 대통령이 G8 정상회담후 7월 8, 9일경 크로퍼드에 가므로 그때 노 대통령이 가는 방안을 성사시키기 위해 주미 대사관에서 열심히 뛰었지만 안됐다. 웬지 백악관에서 수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는 절대 크로퍼드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고 전했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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