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 南의료진 지원 종합병원 개원…北주민 직접 진료

  • 입력 2006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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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0월 평양에 문을 열 예정인 낙랑섬김인민병원 조감도. 사진 제공 ‘기아대책’
내년 10월 평양에 문을 열 예정인 낙랑섬김인민병원 조감도. 사진 제공 ‘기아대책’
북한 평양에 한국의 민간단체가 지원하는 첫 종합병원이 생긴다. 평양어깨동무어린이병원, 평양라이온스안과병원 등 한국 민간단체가 지원한 전문병원이 건립된 적은 있으나 종합병원은 처음이다.

17일 오후 평양 낙랑구역(‘구역’은 한국의 구와 비슷한 행정구역단위) 통일거리에서 한국과 북한의 관계자 50여 명이 모여 ‘낙랑섬김인민병원’의 착공식을 열었다.

이날 착공식에는 병원 건립을 지원하는 민간봉사단체 ‘기아대책’의 정정섭 회장과 아주대병원 조기홍 부원장, 북한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 이충복 부회장이 참석했다.

낙랑섬김인민병원은 내년 10월부터 낙랑구역 주민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치과 내과 일반외과 정형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등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대지 3025평에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건립되며 중환자실 12병상을 포함해 74병상이 들어선다. 설계는 박영우 박영우건축연구소 대표가 무료로 맡았다.

낙랑섬김인민병원은 단순히 병원 건물을 지어서 기부하는 수준을 넘어 한국의 의료진이 북한 주민에게 꾸준히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첫 사업. 아주대병원은 병원 완공 이후 5년간 정기적으로 의료진을 파견해 북한 주민을 직접 치료할 계획이다.

조 부원장은 “비싼 장비만 들여와 실제로는 사용도 안 하는 병원은 짓지 않겠다”며 “의사와 의료기술 지원을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의료 장비가 태부족할 뿐 아니라 전문의 제도가 없어 장비를 지원해도 적절히 이용하지 못하는 게 현실. 안향선 기아대책 사업본부장은 “안과수술을 위해 가스마취기로 전신마취를 하거나 20∼30년 된 기계들이 부속품이 없어 무용지물이 되는 게 북한 병원의 현실”이라며 “첨단 장비만 지원하는 ‘보여 주기’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착공식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지난해 8월 평양 주민 진료를 위한 병원 건립사업 기초 합의서를 작성했으나 10월 아리랑축전으로 미뤄지다가 한 해를 넘겼다.

또 북한은 처음에 신경외과 전문병원이나 휴양소 기능이 있는 대형 병원을 고집했다.

기아대책과 아주대병원 관계자들은 규모만 크고 주민들은 찾지 않는 병원보다는 주민들에게 실제 도움이 되는 병원을 짓자고 북한 관계자들을 설득했다.

기아대책과 아주대병원은 다음 달 10일경 병원 설계가 끝나는 대로 시공업체를 선정해 본격적으로 병원 신축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아직도 완공까지는 거쳐야 할 난관이 많다. 가장 급한 과제는 30억여 원의 건립비용.

정 회장은 “북한 미사일 발사로 남북 대화가 끊기면서 민간 지원사업에 찬물을 끼얹지나 않을까 걱정된다”며 “북한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의료지원 사업인 만큼 정치와 이념보다는 인도적 차원에서 기업의 적극적인 후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후원 문의 기아대책 02-544-9544

평양=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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