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자진 사퇴 유도’ 조율 끝낸듯

  • 입력 2006년 8월 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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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부총리 어디로논문 표절과 중복게재 의혹 등으로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김병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31일 오후 외부 일정을 마치고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로 돌아와 승강기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金부총리 어디로
논문 표절과 중복게재 의혹 등으로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김병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31일 오후 외부 일정을 마치고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로 돌아와 승강기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정태호 대변인은 31일 오후 예고 없이 춘추관 기자실에 들러 “사실규명이 문제해결의 출발점”이라며 “김병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국회 청문회 등 공개적인 방식의 사실관계 규명의 필요성을 제안했으니 국회에서 판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 대변인의 언급은 1일 예정된 국회 교육위원회의 검증 결과에 김 부총리의 거취 문제를 맡기겠다는 뜻이다. 청와대가 지난달 30일까지도 “사퇴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완강히 버티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입장변화다.

김 부총리는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회가 청문회를 열어주면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해명하겠다고 했고, 국회는 “의혹 해명을 위한 청문회는 가당치 않다”고 일축하는 대신 1일 김 부총리를 출석시킨 가운데 교육위원회를 열어 표절 의혹 등을 따지기로 한 상태.

청와대가 이날 ‘국회 청문회’란 표현을 쓴 것은 김 부총리가 내세운 청문회 개최 명분을 살려주되, 실질적으로는 김 부총리의 문제를 국회의 처분에 맡기겠다는 고육책에 가깝다. 이에 따라 김 부총리의 거취는 1일 교육위를 고비로 판가름 나게 된 상황이다.

하지만 교육위는 사실상 결론이 정해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나라당이 김 부총리의 사퇴를 강력 촉구하고 있고, 열린우리당 의원들도 절반 이상이 김 부총리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청문회는 해명을 듣는 자리가 아니라 사퇴 명분을 마련해 주는 자리”라고 말하고 있다.

당과 청와대가 김 부총리의 자진사퇴 유도 쪽으로 조율을 끝내고 수순 밟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김 부총리 문제에 대한 여권의 이런 입장 정리는 기본적으로 열린우리당의 압력으로부터 촉발됐다. 당의 기류가 한명숙 국무총리를 거쳐 청와대로 전달돼 적절한 타협이 이뤄졌다는 것이 여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총리는 31일 낮 휴가 중인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김 부총리의 사퇴 불가피 의견을 전한 직후 1일 김 부총리 문제에 대해 공식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와 관련해 김석환 총리공보수석비서관은 “(한 총리가 1일 발표할 방안에는) 법에 명시된 모든 권한이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진사퇴하지 않을 경우 해임건의권 행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김 부총리에게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인 셈이다.

한 총리의 이런 움직임은 열린우리당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30일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가 한 총리를 만나 김 부총리의 퇴진이 불가피하다는 당내 기류를 전달했다.

김 부총리의 논문 및 연구비 관련 의혹이 날마다 한 건씩 불거지면서 열린우리당에는 김 부총리를 더 안고 가다가는 여권 전체가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확산됐다.

청와대로서도 여당의 이런 기류를 방치할 경우 당-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아 국정 운영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열린우리당도 공개적으로 사퇴 촉구 입장을 전달하지 않고 한 총리를 통해 우회 전달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노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함으로써 당-청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으려는 전략적 선택을 한 셈이다.

이로써 일주일 넘게 끌어온 김 부총리 파문은 종결 국면에 접어들었다. 물론 1일 교육위원회의 상황과 노 대통령의 최종 결심 여하에 따라서 김 부총리 문제가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김 부총리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극히 제한돼 있는 게 현실이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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