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비대위 첫 작품은 ‘박정희 모델 도입’

  • 입력 2006년 6월 1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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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의장이 이끄는 열린우리당 과도 지도부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2일 첫 공식 회의를 열고 의장 직속의 ‘서민경제회복 추진본부’를 설치하기로 했다. ‘서민경제에 다걸기(올인)하겠다’고 김 의장이 밝힌 11일 취임사의 첫 번째 후속 대책인 셈이다.

추진본부의 모델은 박정희 전 대통령 재임 때의 ‘청와대 수출진흥확대회의’. 박 전 대통령은 1966년부터 임기 말까지 매달 관계 부처 장관과 기업인을 청와대로 불러 직접 무역수지, 수출 목표 달성 여부 등을 점검하고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추진본부는 매주 한 차례 회의를 열어 주택 가격과 사교육 문제, 일자리 창출과 고용 안정 등에 대한 대책을 단계적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본부장에는 삼성전자 사장과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진대제 전 경기지사 후보가 거론된다.

당 지도부의 이 같은 기류는 당의 정책 기조를 ‘실용’으로 향하게 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김 의장은 이날도 “말만이 아니라 모든 눈과 귀, 마음의 문을 열고 서민경제 회복의 청사진을 만들어 실천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박정희 시대’ 인권 탄압의 피해자이고 그 자신이 개발독재를 비판해 왔다는 점에서 ‘박정희 모델’의 도입은 당내에서 ‘역사의 아이러니’라는 말도 나온다.

김 의장의 이런 태도는 계파 및 그룹별로 다른 목소리와 불만이 나오고 있는 불협화음을 ‘민생경제 최우선’ 방침으로 돌파하겠다는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김 의장 체제를 ‘좌파 성향’이라며 반대했던 정덕구 의원도 “김 의장의 중도실용주의적 시장경제정책을 적극 환영한다”고 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에선 부동산 정책의 변화 조짐도 감지됐다.

비대위 상임위원인 김부겸 의원은 12일 KBS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정부는 정책의 일관성을 주장할지 몰라도 당으로서는 고민을 해야 한다”며 “계급장을 떼어 놓고 치열하게 토론해 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비대위 비상임위원이자 김 의장과 가까운 이호웅 의원도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1가구 1주택에도 보유세가 많이 부과되는 부작용을 막는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장과 당 지도부는 14일 비공개 워크숍을 열어 5·31지방선거 참패 원인과 수습 대책을 둘러싼 당청(黨靑) 간 이견 조정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부동산 정책 등에 관해서도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한다.

김 의장은 의견을 취합해 조만간 있을 청와대 면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달할 방침이다. 김 의장은 13일 축하 인사차 당사를 방문하는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을 면담한다.

이에 앞서 김 의장은 12일 오전 지도부와 함께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를 참배하면서 방명록에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국민의 신뢰 없이는 서지 못한다)’이라고 썼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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