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표 "대선후보 선출시기 개정 맞지 않다"

  • 입력 2006년 6월 8일 16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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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8일 당 대선후보 선출시기 조정을 위한 당헌 개정 논란과 관련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이날 공식 퇴임(16일)을 앞두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왜 이 시점에서 그런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대선후보 선출시기를 규정한) 당 혁신안은 지난해 9개월여의 갑론을박 끝에 만든 것으로, 시험도 안 해보고 손을 대는 것은 맞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원칙은 지키라고 있는 것인데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유불리를 따져 후보 선출시기에 논의를 집중하면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면서 "나라를 위해 여야 대선 후보는 반드시 검증을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국민을 속이는 게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언급은 당내 대권 경쟁자인 이명박 서울시장이 최근 대선후보 선출 시기 조정 필요성을 제기한데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박 대표는 7월 전당대회에 언급,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엄정 중립을 지키겠다"면서 "차기 당 대표의 조건으로는 이전에 밝힌 3가지 원칙(당 정체성과 노선 유지, 개혁·혁신 지속 추진, 대선경선 공정관리)이 그대로 유효하다"고 말했다.

그는 후임 당 대표로 누구를 마음에 두고 있느냐는 질문에 "마음에 둔 사람은 있겠지만 얘기를 안 할 것이며, 그러면 있으나 마나 한 것 아니냐"며 더 이상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했다.

박 대표는 이어 고건 전 총리의 7월 '희망연대' 결성 추진에 언급, "고전 총리에 대해 지금도 예전 말한대로 그렇게(한나라당과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고 전 총리가 신당 창당으로 간다고 하는데 그것도 그분의 선택 아니겠느냐"며 말을 아꼈다.

박 대표는 퇴임 후 계획에 대해 "그동안 대표직을 수행하느라 모든 것을 포기했었는데 일단 집에서 몸을 추스르면서 읽고 싶은 책을 읽는 등 못했던 일을 할 계획"이라면서 "건강이 회복되면 미뤘던 해외방문도 하고, 대선 출마 선언도 그 때 가서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박 대표는 이날 퇴임을 앞두고 마지막 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했다.

공식 퇴임일까지 8일이 더 남아 있긴 하지만 주요 당무를 의결하는 최고위원회의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게 핵심 당직자들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이날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7월 전당대회 준비위 및 선관위 구성안과 7·26 재보선 공천심사위 구성안을 의결하는 것을 끝으로 사실상 기본적 당무를 마무리했다.

박 대표는 12일 상임전국위원회의를 소집해 최고위원회의의 이날 의결사항에 대한 추인 절차를 밟은 뒤 퇴임 전날인 15일 최고·중진연석회의를 열어 그동안의 소회와 함께 고별인사를 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면서 야당으로서의 한계와 필요한 자세를 강조하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월드컵에서 선수들이 필드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국민에게 평가받을 수 있듯 정당도 집권을 한 뒤 권한을 갖고 정책을 이행해 봐야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면서 "그러나 필드에 나갈 수 없는 야당으로서는 국민에게 평가받을 위치에 있지 않은 게 정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은 경제와 부동산, 국민연금 등 모든 정책에 있어 집권 여당과 다르다"면서 "야당으로서 힘의 한계는 있지만 국민과의 약속을 끝까지 지키는 모습, 당리당략을 하지 않는 모습 등을 보여줌으로써 국민기대에 부응하고 집권 후 국가를 어떻게 운영할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의 퇴임이 1주일 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표직을 누가 승계할지는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고 있다.

대표직 승계 순위는 전당대회 득표수에 따라 원희룡 김영선 이강두 이규택 최고위원이지만, 1순위 승계자인 원 최고위원이 결정을 미루면서 윤곽이 잡히지 않고 있는 것.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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