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이 깎여 나간다…19년간 갯벌 20%줄어

  • 입력 2006년 4월 12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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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양식장을 돌보고 돌아오던 어민 최성규(59) 씨가 충남 서천군 군장산업단지 장항지구 터로 매립될 예정인 갯벌을 가리키고 있다. 이 갯벌은 희귀 철새 군락지이자 어민들 삶의 터전. 매립과 보전을 둘러싼 지역 주민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서천=안철민 기자
김 양식장을 돌보고 돌아오던 어민 최성규(59) 씨가 충남 서천군 군장산업단지 장항지구 터로 매립될 예정인 갯벌을 가리키고 있다. 이 갯벌은 희귀 철새 군락지이자 어민들 삶의 터전. 매립과 보전을 둘러싼 지역 주민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서천=안철민 기자
“이짝 동네는 바다만 쳐다보고 사는데…. 골치 아프쥬, 막으면. 그런다고 타관에 가서 배(어업)하면 텃세할 테고.”

7일 충남 서천군 장항읍 송림리 갯벌 옆 마을 공터에서 그물코를 꿰매고 있던 송하출(宋河出·54) 씨의 말투는 심드렁했다.

송 씨의 아내가 거들었다. “물이 나가면 백합을 캐는데 여자들은 하루 6만∼7만 원, 남자는 10만 원 벌어유. 갯벌을 메우면 이 주변 사람들은 굶어 죽는 거쥬.”

송 씨 부부 발아래 펼쳐진 갯벌과 바다는 건설교통부가 1989년 산업기지개발구역으로 지정한 곳. 한국토지공사는 이곳을 메워 374만 평의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른바 군장(군산-장항)산업단지 장항지구다. 읍내 사람들은 개발 기대감에 부풀어 있지만 어민들의 표정엔 그림자가 깊다.

○ 19년간 전국 갯벌 20% 사라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무분별한 개발로 해안이 신음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국의 갯벌 면적은 2550.2km². 인공위성 영상자료를 통해 갯벌 면적을 처음 측정한 1987년의 3203.5km²와 비교해 20.4%인 653.3km²가 사라졌다.

특히 서해안은 자연 해안 비율이 만조 기준으로 전체의 33.7%에 불과해 전문가들이 ‘콘크리트 해안’이라고 부를 정도다.

연안 침식도 심각하다. 해안을 따라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도로와 대형 위락시설이 바람 길을 막고 조류(潮流)를 약화해 모래가 쌓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해양부가 2003년 전국 해안 229곳을 표본 조사한 결과 백사장 침식, 사구 유실 등 연안 침식 현상이 나타난 곳이 77%인 178곳이나 됐다.

전국 갯벌 면적 추이
지역1987년(km²)2005년(km²)
전국3203.52550.2
인천경기1179.5914.9
충남434.2367.3
전북321.6132.0
전남1179.11017.4
부산경남89.1118.6
부산경남 연안 갯벌 면적 증가는 측정기법 발달로 기존에 누락된 갯벌이 새로 산입된 결과임. 자료: 해양수산부

○ 중앙정부-지자체 난개발 경쟁

가장 큰 문제는 해안 개발을 종합 관리할 정부 내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점. 오히려 정부 각 부처와 지자체가 ‘땅 따먹기’식으로 바다 매립과 연안 개발에 나서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해안 개발은 공유수면(해안)매립법과 연안관리법에 따라 계획적으로 이뤄지는 것 같다.

공유수면매립법은 10년 단위로 기본계획을 세운 뒤 개발수요 상실, 해양오염 우려 등 상황이 바뀌면 이를 적절하게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등에 의거해 다른 부처나 지자체가 매립을 추진하면 기본계획이 자동 변경된 것으로 간주한다. 개발수요와 환경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만든 장기계획이 ‘허수아비’가 되는 셈이다. 이런 법률이 지자체와 6개 부처에 걸쳐 59개나 된다.

해안 난개발을 막기 위해 1999년 제정된 연안관리법은 강제 규정이 없어 사문화되고 있다.

해양부 관계자는 “각 부처가 매립이나 개발을 할 때 환경부나 해양부와 협의를 거치도록 돼 있지만 다른 부처의 사업을 노골적으로 반대하기 어렵다”며 “보완하라거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적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 해안개발-보전 종합 관리해야

전문가들은 마구잡이식 매립과 개발을 부추기는 각종 법률을 통합해 국가 자원인 해안을 종합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캐나다처럼 연안별로 보전, 이용, 개발 등 용도구역과 이용 우선순위를 정하는 ‘용도구역제’와 전국적으로 연안 개발 총량을 정하는 ‘순손실 방지제’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양수산개발원 김종덕(金鍾悳) 연구위원은 “선진국에서는 자연 해안의 생태학적, 경제적 가치를 인식해 이미 ‘복원’으로 돌아섰다”며 “난개발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관련 업무를 정리해 연안을 통합 관리하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천=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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